흔한소재·소설원작 영화 한계불구 진정성 있는 연기로 관객 몰입도 높여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친구의 애인을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통속적이다. 게다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면?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영화 ‘러브 앤 프렌즈(love and friends)’는 이 두 가지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레이첼이 20년 지기 친구 달시의 약혼자 덱스와 하룻밤을 보낸 후 고민에 빠진다는 줄거리와 칙릿 소설 ‘섬싱 바로우드(Something Borrowed)’를 원작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영화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브 앤 프렌즈’는 재미없거나 지루하지 않다.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만든 연출과 연기가 있기 때문. 주인공들의 대사 한 마디, 표정 하나가 통속성을 진정성으로 바꾸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대학 시절 덱스에게 호감을 느끼던 레이첼은 우연히 친구 달시를 덱스에게 소개시켜 주고 덱스와 달시는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덱스 역시 레이첼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고백하지 못하고 적극적인 달시에 이끌린다.
달시가 레이첼의 생일 파티를 열어준 것은 덱스와 레이첼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레이첼의 소꿈친구 에단은 레이첼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해 간다.
영화는 이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의 연속으로 전개된다. 순간의 선택과 우연이 너무 많은 것을 바꿔 버린다는 사실이 야속할 정도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진지한 태도는 운명에 의해 자칫 흩날릴 수 있는 삶에 무게중심이 돼 준다. 등장인물 모두는 많이 고민하고 당당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
바람을 피우고 서로를 속이는 이야기지만 비난의 화살이 아닌 이해의 눈길을 보내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랑과 우정 모두에 충실하려고 애쓰며 난관을 피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미워할 수만은 없는, 보편적인 인간의 단면이다.
뉴욕의 알파걸 달시 역할을 맡은 케이트 허드슨과 순정파 뉴요커 레이첼 역으로 분한 지니퍼 굿윈, 따뜻한 도시 남자 덱스 역의 콜린 이글스필드, 매력만점 훈남 에단 역의 존 크래신스키의 연기 역시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사랑과 우정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러브 앤 프렌즈’는 오는 16일 관객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