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비하인드 인터뷰]
코스닥 시장에서 종종 등장하는 소위 ‘작전세력’의 산증인인 K씨(40세)를 어렵게 만났다. 대부분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작전세력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강남 사채 시장의 큰 손으로 알려진 C회장의 오른팔인 그의 업력은 14년. 내달로 개장 15년을 맞는 코스닥 시장의 산전수전 공중전을 일선에서 모두 보고 겪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상장폐지 된 오일샌드 테마주 H사의 숨은 자금줄이기도 하다.
K씨는 “사채시장에서도 자금대여시 회사가치부터 자세하게 파악한다”며 “대박만을 쫓을 게 아니라 회사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투자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투자습관의 개선을 강조했다.
-사채업에 종사한지는 얼마나 됐나.
▲1998년 일을 시작했다. 초기에 남대문 시장에서 일수자금 수금을 시작으로 지역관리와 채무독촉을 위주로 했다.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명동으로 진출해 상장사 주식담보대출 업무를 보게 됐다.
-주요 수입원은 뭔가.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나 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해 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수입원이다. 보통 설정 수수료와 선이자를 제하고 지급한다. 10억원을 대출할 경우 최소 20억원 이상의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고 약 9억원 정도가 지급된다. 매월 4~5%의 이자를 받는다.
-운영 자본금은 얼마나 되나.
▲3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운영한다. 100% 자체자금은 아니고 투자자를 유치해 운영자금을 늘린다. 대부분 투자경험이 많은 재력가들과 상류층 자금이 많고 고위공무원들 자금도 꽤 있다.
-자금 대여 기준은 뭔가.
▲담보물 보유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사채자금을 빌려서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는 대부분 부실한 회사가 많지만, 부동산 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회사 인수 이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치고 빠지는 작전세력들이 많다. 자금 회수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담보 설정 대상은 어떤 게 있나.
▲BW, CB, 주식, 부동산 또는 채무자 개인이 제공할 수 있는 담보물 등이다.
-이유 없는 급락종목들은 담보 설정 주식에 대한 반대매매로 보면 되나.
▲이유 없는 급락 종목 대부분은 대표이사의 횡령이나 분식회계 등 내부적인 문제지만 배후에는 사채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70~80%는 반대매매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특히 코스닥과 코스피 소형주의 경우 거의 확실하다.
-사업보고서를 맞추기 위한 단기 자금은 이자가 엄청나다고 들었다.
▲부실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자금이 비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질권이 설정된 통장에 입금해 자금을 보호하거나 수표로 발급해 담보로 가지고 있다. 날짜가 임박할수록 이자가 점점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말하기 힘들다.
-요즘도 단기자금 대여 업체가 많나. 최근(2009년, 2010년) 사례와 함께 과거와 비교할 때 어떤가.
▲2009년, 2010년에 엄청난 손해를 봤다. 코스닥 회계규정이 강화돼 여러 업체의 담보 주식이 휴지조각이 됐고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이 된 경우도 많다. 과거의 경우는 자금을 맞춰 놓으면 대부분 감사를 잘 넘어갈 수 있었지만 2009년부터 자금의 증명이 쉽게 되지 않아서 상장폐지 된 경우가 굉장히 많아졌다.
-돈 빌려줘서 낭패 본 경험은.
▲마음먹고 해외로 도피하는 경우도 있다. 담보권 행사로 손실을 최소화하지만 최근에는 수표위조를 통해 사채업자에게 사기 치는 일도 발생했다. 사채업자도 가끔 실수를 한다.
-명동의 시각으로 바라 본 코스닥은 어떤가.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해 성공할 수 있나.
▲주식시장을 잘 아는 편은 아니다. 확실한 건 코스닥에는 실질적인 주인이 없는 회사들이 많다. 주인 없는 가게도 잘 되는 경우가 없는데 상장사라면 오죽하겠나. 개인투자자들의 귀에 까지 정보가 전달 됐다면 이미 끝난 정보라고 생각하면 된다. 투자 습관부터 바꾼다면 옥석을 가려낼 수 있지 않겠나. 우리도 자금을 빌려주는 경우 그 회사 가치부터 먼저 자세히 파악한다.
-작전세력의 자금 수요도 많다고 들었다.
▲작전의 밑그림을 그려오는 브로커들이 있다. 대부분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자금이 나갈 때 좀 더 신중을 기해서 담보를 설정하고 자금회수 기간을 매우 짧게 가져간다. 예전에는 많았지만 최근에는 많이 줄었다.
-기억에 남는 상장사가 있다면.
▲지난해 상장폐지 된 오일샌드 기업 H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죽어가는 회사에서 자금을 투여했고 고생을 굉장히 많이 했다. 대부분의 자금을 회수했지만 결국은 상장폐지 됐고 대표는 구속됐다. 회생 가능한 상태였는데 아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