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발 재계 자정경영]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 안 돼"
재계에 ‘자정’ 움직임이 활발할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9일 “삼성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라는 발언에 따라 삼성 전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가 예상되면서 국내 주요 그룹도 내부 점검에 나서는 분위기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그룹 전체 감사를 담당하는 미래전략실 소속의 경영진단팀 인원을 현재 20명에서 30여명으로 확대하고, 팀장도 전무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하는 등 감사업무에 대한 권한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테크윈 대표이사가 교체된 것은 물론 비리에 연루된 직원 80~90명을 징계할 것으로 알려져 부정부패 사례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그룹 차원의 감사기능 확대와 함께 계열사도 감사조직을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개편할 계획을 수립하는 등 발빠르게 이 회장의 질책에 대해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LG, SK 등 다른 주요 그룹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다시 한번 집안 단속에 나설 태세다.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1년부터 모든 임직원들에게 윤리헌장과 윤리실천강령, 윤리규정을 지키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2008년에는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여 전 임직원들이 일상 업무에 있어서 법과 규제는 물론 사회적 통념으로 기대되는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감사실에서는 거래처 납품 관련 비리부터 직원이 할인을 통해 차량을 구매한 후 2년 동안 보유하고 있는 지 여부에 대해서까지 점검하는 등 세밀한 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SK그룹은 지주회사인 ㈜SK에 컴플라이언스실을 두고 관계사의 자체 감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 이행 점검을 담당하는 투명경영위원회도 별도로 가동하는 등 2중의 자정경영 노력을 펼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삼성테크윈 사건으로 당장 감사인력을 확대하는 등의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내부에 대한 점검을 다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그룹도 사이버신문고와 정도경영활동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구본무 회장이 “(협력사와) 갑을 관계라는 낡은 생각은 버려라”고 말한 것도 투명·상생경영 강화활동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윤리·투명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는 포스코는 지난해 말 이미 국내기업 최초로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등 국내외 반부패 관련 법령의 위반 금지를 골자로 하는 ‘FCPA 준수 가이드라인’을 제정, 시행에 들어갔다.
이처럼 국내 주요 그룹들이 윤리경영과 자정노력을 강화하는 것은 투명한 경영이 이뤄지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나온다.
우수한 제품을 통해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기업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감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사업계획수립단계에서부터 법 준수가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삼성의 자정노력 확산은 다른 그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반성장’이 재계의 이슈였다면, 올해 하반기는 자발적인 자정노력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