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기본으로 돌아가자] ②흔들리는 여야 정체성
복지 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경쟁이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모습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쓴소리다. 4.27 재보선 참패 이후 등장한 여당내 신주류의 감세철회,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등을 내놓으면서 ‘포퓰리즘’ 논란에 불을 댕겼다.
여기에 야당도 경쟁적으로 무상급식과 무상의료, 무상보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 ‘3+1 무상복지’로 맞불작전’으로 응수하고 있다.
여야가 차기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표(票)만을 의식하다보니 자신들의 ‘정체성’은 뒷전인 모습이다. 여당은 정체성 논란에 ‘자중지란’에 빠졌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 역시 정체성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러는 사이 막대한 소요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 국민들과 정부의 곳간 사정은 아랑곳 않고, 정치권이 내년 총선에 대한 낙선공포에 휩싸여 ‘공약 장사’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선심성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그치면서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올 초 동남권신공항 백지화와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논란은 대표적이다. 이 두 국책사업은 정치권의 ‘공약’ 번복 논란 속에 ‘지역 대 지역’의 무한투쟁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종국적으로 현재의 여야 포퓰리즘적 정책도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때문에 표만 의식해 공수표를 남발하는 ‘포퓰리즘’ 정치 풍토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 제시에 따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선심성 국책사업으로 인한 지역감정 싸움을 벌이면서 사회적 갈등 비용은 천문학적인 규모라는 분석도 나오기도 했다. 결국 타당성과 합리성을 따지지 않고 남발한 공약은 국가적인 독배(毒杯)가 된 셈이다.
실제로 여야 정치권은 장밋빛 전망만 내놓을 뿐 앞으로 국민 전체가 가져야 하는 엄청난 재정부담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반값 등록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재원 충당이 필요하고, 민주당이 내놓은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육아까지 합하면 총 소요재원은 무려 21조~23조1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재원마련을 위한 구체적 해법제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소비자물가는 5개월째 내리 4%대를 웃돌고 있고, 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 등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게 여야의 생각이다. 아랫돌을 빼 윗돌에 괴는 식이다.
여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여야의 포퓰리즘적 정책에 대해 “국가 재원으로 등록금을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 어떻게 지속 가능하겠느냐”며 “국가재원이 언제까지 충당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없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조율없는 정책은 현실성이 없고, 현실성이 없는 정책은 ‘쇼’와 다를 게 없다”며 “이제는 (유권자들이)실효성을 먼저 따져 (선거에서)판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차기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공약의 후유증으로 지역 분열이 격화되고 국론이 찢기는 사태가 반복되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기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