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위반 앞두고 해결방안 고심
SK C&C가 SK증권 인수에 나설까? SK그룹이 SK증권 처리문제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내달 3일까지 SK증권을 지주회사 체제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현재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지만 통과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 달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공포되는 즉시 시행되지 않는다면 위법에 따른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가 아닌 실질적 지배회사인 SK C&C가 인수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 SK증권의 대주주는 22.71%의 지분을 갖고 있는 SK네트웍스. SK네트웍스는 SK(주)의 자회사로 SK증권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셈이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SK증권의 대주주인 SK네트웍스와 SKC가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SK증권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최태원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 C&C가 SK증권을 인수하는 것.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은 모두 SK(주) 자회사로 있기 때문에 SK증권 지분 인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지분인수에 1800억∼2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 SK C&C의 재무구조상 충분한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해결방안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 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 공정거래법 개정안안 통과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어 그룹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거나 공포 즉시 시행이 되지 않는다면 지주회사인 SK(주)는 과징금 또는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과징금의 경우 법 위반 금액(장부가로 산정)의 최대 10%까지 부과될 수 있어 SK네트웍스와 SKC가 SK증권을 보유한 지분의 장부가액이 된다. 또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SK증권 지분을 매각하라는 시정명령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에 하나다.
최악의 경우 SK증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사실상 SK그룹이 금융업을 포기하는 수순이다.
하지만 재계, 증권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금융업에 대한 애착이 강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매각은 가능성이 극히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증권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는 것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더욱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최신원 SKC 회장과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증권을 최신원 회장측에 넘기는 방안도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