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효율성·원자력·의료·IT·우주 등 5개 현대화 핵심과제 선정...원자재 의존도 큰 것은 문제
(편집자주: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이 동유럽에 쏠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헝가리와 루마니아 등이 구제금융을 받는 등 심각한 위기를 겪었던 동유럽이 최근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를 비롯해 남·서유럽 주요국이 재정위기에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동유럽은 저렴한 인건비와 날로 성장하는 소비시장, 풍부한 천연자원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동유럽 주요국의 경제 현황과 전망을 10회에 걸쳐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러시아, 세계 5위 경제대국 노린다
② 동유럽 경제 선두주자 폴란드
③ 체코·슬로바키아, 동유럽의 경제 강소국으로 부상
④ 헝가리, 동유럽 산업허브 노린다
⑤ 루마니아, 경제개혁으로 IMF 우등생으로 거듭 난다
⑥ 세르비아, 발칸반도 맹주 노린다
⑦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옛 유고 영화 살린다
⑧ 빈곤 탈출에 안간힘 쓰는 불가리아
⑨ 자원부국 우크라이나가 뜬다
⑩ 발트 3국, 부활 신호탄 쏘아올려
러시아가 현대화를 통해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며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으로 각종 자원이 풍부하며 지난해 유가 등 글로벌 상품가격 상승으로 경제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러시아의 빠른 성장 뒤에는 정부의 강한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15년 안에 양질의 일자리 2500만개를 창출해 인당 국내총생산(GDP)을 현재의 1만9000달러(약 2050만원) 수준에서 3만5000달러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월에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내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5년 안에 연 8~10%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러시아는 고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 현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러시아 현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효율성과 원자력, 의료기술·제약, 정보기술(IT)과 우주·통신 기술 등 5대 핵심분야를 선정하고 첨단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산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푸틴 총리는 지난 4월 러시아 하원 연설에서 “경제 현대화를 달성할 경우 오는 2020년 안에 세계 5위 경제대국 안에 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노동 생산성을 최소 2배 이상 끌어올리고 전체 산업생산에서 혁신제품 비율도 현재 12%에서 25~3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전 확대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푸틴 총리는 지난 4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면서 “현재 전체 전력공급의 16%를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비중을 10년래 25%로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원자력 발전 확대를 위해 오는 2015년까지 약 427억달러를 투입하고 그 중 차세대 원전 개발에만 54억달러를 할당할 계획이다.
러시아 의료산업은 현재 매우 취약한 상태로 자국에서 소비하는 의약품의 20%만이 국산이다.
러시아 정부는 10개년 제약산업 육성계획을 통해 연구개발(R&D)을 적극 장려해 국산 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IT산업도 러시아의 고성장 요인이다.
러시아는 지난 2007년 모든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인터넷 연결을 완료했다.
러시아 대학생들은 미국컴퓨터협회(ACM)의 국제대학프로그래밍컨테스트에서 지난 10년간 다섯번 우승했을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고 있다.
토종 인터넷 검색업체 얀덱스는 높은 기술력으로 구글을 제치고 러시아 시장점유율 65%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주개발 강국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으며 민간인 우주여행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연방우주국(RFRA)은 지난 4월에 유리 가가린의 세계 최초 우주비행 50주년을 맞아 오는 2020년까지 달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고 2030년에는 달 기지 건설, 2040년에 화성에 우주인을 보낸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RFRA의 올해 예산을 지난 2007년 대비 3배 늘린 35억달러로 잡았다.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 광물자원 등이 전체 수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등 원자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국제 시장의 가격변동성에 국가 경제가 너무 흔들린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원자재에만 의존하는 경제 구조로는 빠른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4.1%로 전분기의 4.5%에 비해 오히려 둔화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4.5%로 9.1%의 중국과 7.8%의 인도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