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모비딕, 거대 음모에 맞서는 황정민

입력 2011-06-03 11:11수정 2011-06-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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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911 테러 등 세간을 뒤흔들만한 사건이 터지면 반드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말들이 있다. ‘정부의 과오를 덮기 위한 물타기 용이다’,‘국민이 기사에 관심이 쏠려있을 때 현안을 정부 뜻대로 밀어붙이기 위한 것’ 등 물증은 없고 심증만으로 가득한 ‘음모론’으로 여론은 한바탕 뒤끓는다.

▲영화 '모비딕' 스틸컷
음모론이 정말 사실로 존재할 수 있을까. 영화 ‘모비딕’ 은 1994년 당시 서울 근교에 위치한 발암교 폭파 사건이 간첩이 주도했다는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품은 사회부 기자가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세력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1990년 보안사에서 근무한 윤석양 이병이 정부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찰을 실시하고 있다는 양심선언을 한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됐다. ‘모비딕’ 은 고래를 뜻하는 동시에 거대한 실체를 뜻하는 중의적인 의미로 지어진 제목이다.

윤석양 이병은 영화에서 윤혁 역으로 각색돼 진구가 열연했으며 황정민은 열혈 사회부 기자 이방우 역으로 분해 고향 후배인 진구에게 발암교 사건이 조작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넘겨받는다. 황정민은 동료 기자 김상호(손진기 역),신참 김민희(성효관 역)와 함께 발암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황정민은 스텝들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딱맞는 숟가락처럼 캐릭터와 혼연일치되는 연기를 보여줘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진구는 강도 높은 액션으로 사찰업체 직원 역에 사실감을 더했다.

김상호는 분량은 적지만 인간미 넘치는 기자 캐릭터와 더불어 자동차에서 얼굴을 내밀고 터널을 지나가는 아찔한 장면을 선보여 존재감을 확인시켜줬다. 김민희는 공대 출신 기자로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연기를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황정민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맹사장 역의 배성우는 영화가 지루해질법하면 재치있는 대사로 웃음을 자아내 ‘씬 스틸러’ 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취재 과정에서 이들은 각자의 정보원을 통해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가면서 ‘정부 위에 정부가 있다’며 음모론을 설명할 수 있는 초정부의 존재를 제기한다. 발암교의 범인으로 지목된 용의자들은 병원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으며 급기야 사건에 접근하던 김상호도 조작된 교통사고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초정부의 실체 앞에서 기자는 나약한 인간이며 일련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영화 속 황정민은 발암교 폭파 이후 증거물을 분석해 비행기 테러 계획을 알아낸다.

황정민은 테러를 미리 예고하는 기사를 써 가까스로 인명 피해를 막아내는 데 성공하지만 정보원의 실체가 초정부쪽 사람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허망한 결과로 끝을 맺는다.

황정민이 바다 속에서 고래의 일부분을 만지는 장면은 그가 실제로는 초정부의 놀음 속에 취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초정부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항해키’는 바다를 지배한다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드러낸 장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민감한 소재인 음모론을 다루었다는 사실만으로 감독이 말했던 대로 ‘의미 있는’영화다. 그 동안 설로만 무성했던 음모론을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잘 풀어냈다. 영화를 통해 재현된 1990년대의 신문사 풍경을 살펴보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 오는 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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