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값 동결에 중기적합 업종 압박까지…위기 의식 고조
식품대기업들이 정부의 제품가격 인상 억제 압박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등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독과점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릴 때와 내릴 때 반영 기간이 다르다”고 경고해 기업 제재로 이어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30일에는 동방선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후보에 김치, 두부, 고추장 등 식품대기업 주력 품목을 포함시켜 속을 끓이고 있다.
그동안 원당과 원맥 등 국제 원재료값 폭등분을 반영 못한 식품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이 지난 3월부터 이어지자 정부가 또 다시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설탕과 밀가루 등 소재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소재부문의 가격이 오르니 제과나 제빵 등 식품가공업체들까지 가격 인상에 나서는 등 ‘식품값 인상 도미노’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은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직후, 정유업계의 집단 가격인하와 4000억원이 넘는 과징금 폭탄을 때린 것을 연상하며 정부가 이번에는 어떤 제재를 가할 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눈치를 봐가며 밀가루값은 국제시세에 따라 3번이나 인하하고, 올해 겨우 1번 밖에 인상하지 않는 등의 ‘성
의’를 보였지만 동네북 신세가 어디 가겠느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이번 정부에서 최대한 성의를 보인 결과 MB물가지수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지만 돌아온 건 아무 것도 없다”며 “오히려 대통령 발언 후 강도높은 제재가 가해지지나 않을 지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가공업체들도 바짝 긴장하는 건 마찬가지다. 24일 정부 물가억제 정책의 저격수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팔을 걷어 붙이며 리뉴얼이나 프리미엄 등을 빌미로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써놨다. 소금, 우유, 소시지, 분유, 주스 등을 조사 대상으로 공표하고 소비자 단체들에 조사를 위탁했다.
제품 가격 문제와 더불어 식품업계의 골칫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30일 동방성장위원회가 신청을 받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식품 품목이 대거 포함된 것이다. 이날 신청된 제품은 김치와 간장, 된장, 고추장, 두부, 탁주, 녹차, 콩나물 등으로 식품대기업인 CJ제일제당과 대상, 풀무원 등이 시장을 장악한 품목들이다. 업체에서는 “이미 예상은 했지만 수출과 식품 안정성과 편의성 등에 들여왔던 투자가 자칫 중기 밥그릇을 빼앗은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여론악화도 문제지만 식품대기업들은 자칫 시장에 점유한 품목들이 배제되거나 상응한 피해가 가해지는 건 아닌지 아직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지침’이라 예전 ‘중소기업 고유업종’ 처럼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대기업의 동반성장 지수 평가에 반영되면 사회여론은 물론 기업활동에도 득이 될 건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의지도 강력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기업 집단이 무분별하게 진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제도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기업종에 포함된 한 업계 관계자는 “강제성이 없다 해서 불이익이 없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향후 사업을 어떻게 꾸려갈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