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화정책 안먹혀 고민

입력 2011-05-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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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올려도 대출 늘어 기현상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물가를 감안하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자칫 가계 부실화가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1년동안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가계 빚은 오히려 증가하는 기(奇)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등을 통한 외상구매)을 합친 가계신용(가계부채)은 3월 말 현재 801조3952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부채는 2009년 9월 말 713조원으로 처음 700조원대에 들어선지 1년 6개월만에 800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가 금리 상승기와 맞물리면서 소득이 낮은 저신용계층부터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데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해 말 2.80%에서 현재 3.46%로 0.66%포인트나 올랐다. 가계부채를 800조원으로 계산했을 때 올해만 이자 부담이 5조원 넘게 늘어나게 된 셈이다.

이는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앞으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지면 민간소비 위축에 이은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 들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줄곧 4%대를 기록하며 물가목표치 상한선인 4%를 웃돌아 시급히 금리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현재 기준금리는 경제여건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인데, 이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한 물가상승 기대를 진정시키기 어렵다”며 “물가관리 목표치가 있는 한은으로서는 금리인상을 늦출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과감히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키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도 따라 오르고, 대출자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대출을 줄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한은이 최근 1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가계부채는 오히려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를 금리인상을 통해 선제적으로 저지하기에는 늦었다고 본다”며 “물가, 가계부채, 이자부담 등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은 상황에서 내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계부채를 당면한 과제로 보진 않지만 경계심을 갖고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물가, 경기 등을 중심으로 금리 정상화를 추진해 나가되 부수적인 영향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가계부채 동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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