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종이 화학업종과 함께 올해 증시 흐름을 주도하고, 최근 파업 사태로 자동차업종 분석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대 자동차회사인 현대차그룹에 속한 증권사가 어떤 의견도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이 앞다퉈 유성기업ㆍ현대차ㆍ기아차 등 자동차업종 관련 보고서를 쏟아내는 모습과 대비된다.
가장 큰 이유는 HMC투자증권의 자동차 담당 시니어 애널리스트 자리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자동차 업종을 담당하던 연구원이 이직한 후 HMC투자증권 자동차 섹터는 리서치 보조원(RA)을 갓 벗어난 주니어 애널리스트가 혼자 맡고 있다. “적임자를 찾고 있다”는 HMC투자증권의 답변은 벌써 세 달을 넘었다.
업계에서는 이토록 오래 HMC증권이 자동차 애널리스트 자리를 비워두게 된 원인을 모기업과의 관계에서 찾고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대기업 계열사 애널리스트에 대해 ‘겉으로만 보장되는 독립성’이라고 표현했다. 애널리스트는 긍정적 전망뿐 아니라 부정적 시각도 지적해야 하는데, 모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계열사 직원 입장에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물론 HMC투자증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기업 계열 삼성증권ㆍ하이투자증권ㆍSK증권ㆍ한화증권이나 금융지주사 소속 우리투자증권ㆍ대우증권ㆍ하나대투증권 등도 모기업 눈치보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당연한 정서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 지표가 되는 분석자료들을 생산하는 애널리스트들마저 외부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굳이 보고서 제일 앞에 본인의 이름을 걸 필요가 있을까. ‘매수’ 보고서는 있어도 ‘매도’ 보고서는 없는 분위기가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최소한 “모기업 눈치보는 분위기 때문에 계열 증권사 애널 자리는 싫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아야 투자자들이 매일의 분석보고서들을 진정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