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황건호 회장, 한국 자본시장 글로벌화 주역

입력 2011-05-25 10:42수정 2011-05-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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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증권업협회협의회장 선임…무대 넓혀 국제공조 진두지휘

▲황건호 회장
금융투자협회 황건호 회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화를 이끈 1세대 국제금융전문가이다. 대우증권 재직 시절 정부와 공동으로 외국인 증권투자자유화 확대, 내·외국인 자본거래 완전 자유화 등 장기 계획을 추진하며 글로벌 금융 비지니스 모델을 확립했다.

그는 금융사들의 신시장 발굴과 상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며 자본시장의 질적 향상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특히 지난 2009년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를 통합하고 업권간 벽을 허문 것은 한국 금융시장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있다.

◇자본시장 비즈니스 모델 국제화 확립

황 회장의 가장 큰 업적은 '한국 자본시장의 국제화'이다. 이번 ICSA회장 선임도 그의 탁월한 글로벌 리더십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회장 선입으로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발언권과 입지가 강화됨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사들의 재편과정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 한국 자본시장의 위상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이같은 글로벌 리더십이 마련된 것은 지난 1984년 대우증권 재직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 회장이 1979년 해외연수 대상자로 독일을 갔을 때 4개월간 독일의 자본시장과 금융기관을 둘러보고 한국의 자본시장이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금융회사는 단순히 '돈'을 다루는 곳이 아니라 실물경제의 주요한 파트너로서 다양한 기법으로 자금조달을 도와주고 가계 금융자산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생애 전반의 복지제도까지 담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이에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측에 국제부 신설을 건의하고 서둘러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 확립을 준비한다. 그의 이런 노력은 1980년대 정부 주도의 '자본시장 국제화 장기계획'과 맞물려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하게 된다. 코리아펀드의 뉴욕증시 상장은 그의 노력이 함축된 결과물이다. 코리아펀드는 국내기업에 투자하는 투자펀드를 선진 외국 증권시장에 공개 상장하는 사업이다.

황 회장은 1984년 8월 동경사무소를 개설하고 9월 월스트리트 14번가에 뉴욕사무소를 설립한다. 그는 재무부 공무원과 대우증권 직원과 함께 월스트리트의 기관투자자들을 면접한다.

▲황 회장이 1984년 대우증권 뉴욕사무소장 시절 코리아펀드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념식에서 투자은행 CEO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년 가까이 월스트리트를 누비며 수백명의 투자자들에게 코리아펀드를 설명한 끝에 1984년 8월 코리아펀드는 일반 공모주 500만주를 공모 첫날 전량 매진시키며 성공적으로 뉴욕증시에 입성시킨다. 한국 자본시장을 세계에 알리는 첫 무대였던 셈이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신 금융상품 도입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질(質)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뮤추얼펀드, 메릴린치의 CMA, 스미스 바니 사의 랩어카운트 등 상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상품 라인업 강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그는 국내 최초로 '리츠'를 개발, 개인들에게 보다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부동산 유동화를 통한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금융사들 해외진출 적극 지원

그는 지난 2009년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를 통합했다. 자본시장법 시행을 맞아 업권간 벽을 허물어 금융사들의 유연한 사업진출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 발전을 독려하기 위함이었다.

그의 국내금융사들이 겪는 해외진출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시키는 데 주력했다. 당시 금융투자회사들은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이머징마켓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으나 전문적인 자료 및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부족 등으로 인해 현지진출에 곤란을 겪었다. 신흥증권시장의 특성상 법령 및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관련자료 수집 및 실태파악이 불가능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는 이미 2008년 10월 협회 내 '이머징마켓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회원사들의 해외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이에 2007년 44개에 머물던 증권사 현지법인, 지점, 사무소가 2010년에는 88개, 3년여만에 2배로 증가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머징 마켓 자본시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연수프로그램도 실시했다.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자본시장 종사자들에게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한국과 각 국가들 간의 인적교류 및 정보교환을 통해 상호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궁극적으로 한국 금융투자산업이 이머징마켓으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로 그는 기대했다.

2006년 첫 교육실시 이래 매년 아시아 이머징 국가들을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연 2회 총 6회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총 16개국에서 연인원 178명이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육을 받았다.

이 연수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의 현황, 법규와 감독체계, 금융상품 및 자본시장 인프라 등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이론교육과 증권 유관기관 및 금융투자회사의 방문(field-trip)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대한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자본시장 종사자들의 호응 및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우리나라 금융투자업계가 이머징마켓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현지에 진출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건호 회장 선임된 국제증권업협회협의회(ICSA)는?

국제증권업협회협의회(ICSA)는 본회 및 영국, 미국, 일본 증권업협회 등 15개국 17개 기관으로 구성된 국제증권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다. 지난 1989년 발족된 이래 회원 간 정보교환 및 상호이해 촉진, 국제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공동정책 개발 및 국제기구 건의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회장으로 선임된 황 회장은 지난 2010년 2월 아시아투자자교육연맹(AFIE)을 주도적으로 창설하고 같은해 11월 국제투자자교육연맹(IFIE)의 의장으로 추대되는 등 탁월한 리더십을 보유했다는 점이 선임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2006년 아시아증권포럼(ASF)을 개최하고 ICSA와 국제자산운용협회 연차총회(IIFA)의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이번 황 회장의 선임은 G20개최국으로 글로벌 자본시장부문에서 한국의 리더십을 인정받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과거 ICSA, IFA, ASF 등 국제기구회장직은 대부분 총회 개최국이 맡았으나 이번 황 회장은 ICSA회원들의 투표로 선출돼 더욱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황 회장 선임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국제적 위상 및 영향력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공조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주로 미국·영국 등이 영향을 발휘해 온 국제자본시장에서 한국의 발언권과 입지가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 자산운용업, 선물업 등 3개 업종이 통합돼 설립된 금투협 회장이 ICSA 회장으로 선출됨에 따라 향후 ICSA회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한국이 의장국인 IFIE, AFIE 등을 통해 한국 금융투자회사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이 활발해 지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 및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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