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호황기를 맞아 고속질주하던 현대ㆍ기아차 주식의 주가가 부품업체의 파업으로 급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인 유성기업은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 문제로 노조가 파업하자 지난 18일 아산공장과 영동공장에 대해 직장폐쇄 조처를 하면서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사측은 현장에 관리직을 투입해 생산 재개를 시도했지만, 조합원과 일부 노동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생산라인을 포함한 회사 전체를 점거한 채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유성기업이 생산하는 부품은 피스톤링, 캠 샤프트, 실린더라이너 등 엔진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으로, 현대기아차는 피스톤링의 70%, 한국지엠은 50%, 르노삼성은 일부 모델에 쓰이는 캠샤프트의 전량을 각각 유성기업에서 공급받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이 회사에 대한 납품 의존도가 높다 보니 벌써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아차 소하리공장은 카니발라인에서 피스톤링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지난 20일 야간근무조부터 생산이 멈춘 상태다. 또 투싼ix,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을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에서는 22일 특근이 전면 중단됐다.
현대ㆍ기아차는 유성기업 사태가 조기에 정상화하지 못하면 모닝, 베르나 등 소형 일부 차종을 제외한 승용차와 모든 상용차의 생산이 오는 24일이나 25일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는 대체 공급이 가능한 다른 부품업체인 대한이연이 추가 납품 여력이 전혀 없어 이번 사태의 진행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안상준 애널리스트는 "이번 파업으로 완성차업체의 생산차질이 불가피하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성기업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는 것만이 주가에 미칠 악재를 걷어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생산 차질의 장기화에 따른 악영향은 예상외로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11일 일본 대지진으로 현지 부품업체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그 여파로 도요타와 혼다 등 완성체 업체의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 현대차와 기아차는 반사이익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번 사태가 일찍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 자동차 업체와 비슷한 운명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올해 들어 39%, 43% 올랐다. 3월 대지진 이후 주가 상승세가 가팔라져 4월 말에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에 다소 주춤하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선행 애널리스트는 "현대ㆍ기아차는 통상 한 달 반 정도의 재고가 있어서 그 안에 파업사태가 끝나면 큰 문제가 없다. 노조는 여론 때문에 파업 장기화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단순부품을 한 곳에 몰아주던 조달 체계가 정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