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지주, 우리지주 인수 '음모론' 솔솔
이번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재추진 방안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선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주장하고 있는 ‘메가뱅크론’을 관철하기 위해 정부가 편의(?)를 봐주는 등 사실상 금융계가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어 국가백년대계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7일 우리금융에 대한 재매각 절차에서 최소 30% 이상 지분을 인수토록 입찰자격을 제한것을 두고 사실상 강만수를 위해 마련한 규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는 강 회장이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이명박 대통령에게 금융강국을 위해 우리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합친 대형 은행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으나 진척되지 않았던 ‘메가뱅크론’이 다시 금융권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밀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실제로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의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비어 있음에도 결국 산은금융을 택했다는 점부터 ‘메가뱅크’를 염두해 둔 행보였다는 것. 실제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스스로 “삼고초려를 해 모셔왔다”고 밝힐 정도로 공을 들였다. 결국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순식간에 초대형 국책은행 재편 방안으로 바뀌게 된 점도 김석동 위원장과 강 회장의 교감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생각이다.
산은금융 고위 관계자도 “강 회장께서 입찰에 참여할지 말지는 산은지주가 결정할 문제고, 최종 판단은 정부 또는 금융당국 몫이라고 말했다”고 밝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게 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자회사 병행매각 방침 수정, 산은 단독 입찰시 추후 논의 방침 등 여러 장치를 마련, ‘메가뱅크’ 작업이 순항할 수 있는 토대도 만들었다. 특히 단독입찰의 부담감을 들기 위해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전에 들러리로 설 가능성이 높은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전과 관련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서 결국 우리금융 인수전에 들러리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메가뱅크가 실패했을 시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 회장의 임기가 3년도 남지 않았는데 임기 이후 그 책임은 후임자가 떠안게 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강 회장 등은 대형 프로젝트에 금융을 제공할 초대형 은행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메가뱅크 필요 여부도 되짚어야 봐야 한다”며 “중국이나 일본의 메가뱅크처럼 덩치만 크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닐 뿐더러 국유은행에 활력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기 때 리스크만 커질 수 있지만 책임을 질 대상은 없다”면서 “대책 없이 합쳐 덩치만 키우는 건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