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후순위채, 고이자 '부메랑'

입력 2011-05-12 10:51수정 2011-05-12 11:0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올해 만기만 2014억… 이자부담 눈덩이

저축은행 후순위채가 애물단지가 됐다.

차환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들은 재무지표 하락과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고금리를 믿고 후순위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저축은행의 잇따른 영업정지와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저축은행 후순위채권은 총 2014억원이다. 만기는 대부분 이달과 다음달에 집중돼 있다.

향후 6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 규모는 1조3648억원에 달한다.

통상 채권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채권을 찍어 원금을 상환하지만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올해 만기 도래분을 순상환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로 팽배해져 예금도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후순위채권이 팔릴 리가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채권 상환자금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저축은행들이 후순위채권을 대량으로 찍어낸 것은 5년 이상의 후순위채권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순위채권의 자기자본 인정비율은 분기마다 5%씩 떨어진다. 즉 차환 발행을 하지 못하면 수익을 더 내서 BIS 비율 하락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워낙 고금리다 보니 이자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저축은행권이 후순위채 이자로 지급한 금액은 568억원이다. 후순위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매년 이자 부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8년 하반기 228억원이던 후순위채 이자 비용은 2009년 상반기 299억원, 2009년 하반기 442억원, 2010년 상반기 501억원 등 불과 2년만에 두배 가량 늘었다.

이미 후순위채권을 매입한 일반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2009년까지만해도 후순위채권은 청약률이 5대1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원금보장에 8%대의 확정금리를 보장하는 금융 상품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후순위채권은 다른 채권과 달리 시장에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한번 매입하면 처분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만기가 5년에 달하는 장기 채권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아 저축은행 영업정지시 전액 손실이 불가피하다.

후순위채를 발행한 40개 저축은행 가운데 절반인 20개사가 2011회계연도 상반기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는 대부분 2006년에 발행된 것인데 그해에 88클럽 제도가 도입되면서 후순위채로 BIS 비율 8%를 맞추려고 한 저축은행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당장 저축은행의 재무지표가 건전하다고 해도 5년 후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후순위채 투자는 매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