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왜 이 지경 됐나?

입력 2011-04-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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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독점 욕심 모럴 해저드 불러

전·현직 임직원의 잇단 비리와 부적절한 처신 등 금융감독원의 도적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놓고 감독당국 안팎에선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금융시장을 감시, 감독해야 할 금감원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안팎에선 퇴직 후 자연스럽게 금융기관 감사로 자리를 옮기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현직에 있을 때는 금융경찰로 불리며 금융기관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퇴직후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기관의 감사나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달 증권사와 보험사들의 정기주총이 시작되면 또다시 많은 금감원 직원들이 금융기관의 감사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관행을 끊지 않으면 금감원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내부 감시시스템도 문제다. 이는 업무의 특성상 금감원 직원들의 경우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만큼 이를 제어하고 통제할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감원 감찰팀의 인원은 현재 7명으로 금융기관이나 기업 등을 상대하는 대민(對民) 업무 전체를 들여다보기가 사실상 어렵다. 금감원은 뒤늦게 감찰팀 인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제 역할을 수행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잦은 조직개편도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지난 1999년 설립 이래 부서단위의 조직개편만 20회 이상 실시했다. 이러다 보니 업무보다 인사에 더 신경을 쓴다. 또 금감원이 은행·증권·보험감독원과 신용보증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한 만큼 출신별로 보이지 않는 견제와 알력이 작용해 왔다.

특히 현 정권 출범과 함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금융당국의 수장을 이원화한 이후 소통의 부재로 현장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은 예금보험공사가 독자적으로 금융부실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데 반대하고 한국은행이 금융회사 조사권을 갖는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했다”며 “결국 금융감독 권한의 과도한 집중과 규제 독점 등 총체적인 구조적 문제가 오늘날 금감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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