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음성의 한 중학교 1년생인 최민지양은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양의 학교는 올 3월부터 1학년을 대상으로 음악, 한문, 도덕 등 세과목에 한해 3년과정을 1년에 몰아 듣는‘집중이수제’를 시행하고 있다. 최양은 “한번에 몰아 듣는 수업이라 흥미도 떨어지고, 진도 역시 너무 부담스럽다”며“이번 중간고사 성적이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올 3월부터 초등 1·2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교과목 집중이수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교과집중이수제는 2009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학생들이 동시에 배우는 과목 수를 줄여 학습 부담을 덜어주고 학습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각 학교가 과목별 수업 시기를 자율적으로 편성해 한 학기에 8개 과목 이내에서 수업할 수 있다. 국어·영어·수학을 제외한 사회·음악·체육·기술 등 단위 수가 적은 과목을 3년 가운데 특정 학년에 몰아서 할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공개한‘2009 개정교육 과정에 따른 초·중학교 수업시수 변화’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중학교 251곳 중 71.3%가 올해 부터 영어 수업시수를 3년간 기준 시수(340시간)보다 평균 44.8시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수업 시수를 지난해 보다 늘린 학교도 절반이 넘는 51.7% 였으며 국어는 20개 교에서 평균 34시간을 늘렸다. 반면 기타 과목은 기술·가정, 도덕, 사회·역사, 과학, 음악·미술, 체육 순으로 시수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교육과학기술위원회)은 “고교 체육수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체육 몰아치기 수업’을 하는 학교도 상당수였다.”며 “전국 3673개 고교를 조사한 결과, 6학기 모두 체육수업을 편성한 학교는 1178곳으로 지난해 1994곳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수업 방식에 학생·학부모·교사 등 상당수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흑석동 모 중학교 1년생 자녀를 둔 송영진씨는 “입학하자 마자 중학교 3학년 내용까지 몽땅 배우라는 것은 걸음마도 떼지 않는 아이에게 달리기를 가르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고교 도덕교사는 “도덕과목의 특성이 일년 열심히 가르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인성이 향상되는 부분도 아니고, 도덕과목에 포함된 철학 역시 단계별로 가르쳐야 한다”며 “3년 교과 과정을 1년간 몰아 가르치는 것은 잘못된 수업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업시수가 많이 줄어든 교사는 타학교에 파견수업을 나가거나 심할경우 부전공 과목 연수를 다시 받아 전근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국·영·수 과목 교사들 역시 담임을 집중적으로 맡거나 늘어난 수업시수 등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전국교과모임연합은 “집중이수제는 영어, 수학 교과만 중시하면서 타 교과는 교육적 타당성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축소함으로써 교육적으로 영양 불균형 사태를 초래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