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물가 꺾였지만 복병 존재

입력 2011-04-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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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개인서비스에 중간재까지 들썩

작년말부터 장바구니 물가에 큰 부담을 줬던 농산물 가격이 이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초봄을 지나 날씨가 정상을 되찾자 채소류를 중심으로 한 농산물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공급물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산물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유가, 가공식품, 서비스, 공공요금 등 복병이 수두룩한데다 이들 가격의 오름세가 이어질 공산이 커 '물가와의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배추·시금치·풋고추·양파 폭락수준= 24일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가격정보 사이트(www.kamis.co.kr)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채소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배추·풋고추 등 일부 품목은 평년 가격에도 못미칠 만큼 폭락하고 있다.

소매가격 기준으로 월동 배추 상품과 중품 1포기는 각각 3071원, 2360원으로 1개월 전보다 36.2%, 40.6% 하락했다. 5년 평균인 평년 가격에도 10.8%, 14.6% 밑돌았다. 봄 배추 1포기 가격은 1827원으로 이틀 동안에만 무려 35.1% 내려갔다.

오이 가시계통 상품과 조선애호박 상품 가격은 한 달 전보다 각각 34.0%, 30.4% 떨어졌다. 풋고추 상품과 중품 100g 가격은 각각 810원, 416원으로 39.7%, 46.2% 하락해 평년 가격에도 못미쳤다. 시금치 역시 상품 14.3%, 중품 20.7% 하락했다.

중품 기준으로 양파, 대파, 쪽파 1㎏ 가격은 860원, 1388원, 2440원으로 한 달 전보다 각각 42.8%, 46.0%, 30.1%나 떨어졌다.

가지(-33.3%), 미나리(-19.8%), 깻잎(-14.4%), 부추(-29.4%,) 청피망(-22.3%)도 두 자릿수 이상 하락세를 보였고, 적상추와 청상추는 중품 기준으로 1개월 전보다 각각 5.7%, 6.0% 떨어져 평년보다 15.4%, 21.9% 낮은 수준을 보였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소비가 감소한 상태에서 봄 채소가 대거 출하되자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며 "채소류 가격은 하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축산물 중에서는 쇠고기 가격의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우 갈비와 등심 500g 가격은 1등급 기준으로 각각 2만8375원, 2만5800원으로 1개월 새 15.3%, 19.3% 하락했다. 한우 불고기 가격도 13.2% 떨어졌다.

돼지고기는 구제역 발생 이후 대규모 살처분 여파에 따라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삼겹살 500g 가격은 9610원으로 한 달 전보다 0.1% 떨어졌지만, 평년보다는 23.4% 높은 상태다. 닭고기는 한 달 전보다 4.4% 하락했으나 평년보다는 53.5%나 높은 수준이다. 계란과 우유 가격도 평년보다 각각 39.0%, 13.3% 높다.

수산물 가격은 급등세가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평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물오징어 가격은 평년의 2배 수준이며, 고등어도 생선이 48.7%, 냉동이 63.2% 더 높았다.

◇'가공식품·개인서비스까지'..인플레심리 전방위 확산= 농산물 가격이 꺾였지만 갈 길은 멀다. 물가지수에 농산물보다 가중치가 더 높은 품목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작년말보다 30% 이상 올라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정도로 석유류 제품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는 것은 더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 심리와 직결된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 물가까지 오르고 있어 물가 여건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공급측 요인에서 비롯된 물가 상승세가 총수요를 자극하면서 인플레 심리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 3월 가공식품의 작년 동월대비 상승률은 두부 18.1%, 햄 11.1%, 사탕 11.4%, 빙과 25.3%, 고춧가루 24.4%, 설탕 17.1%, 고추장 22.5%, 카레 15.1%, 물엿 10.8%, 즉석식품 10.8% 등으로 두 자릿수 상승 품목이 줄을 이었다.

해태제과는 이달초 간판상품인 오예스, 에이스, 홈런볼 등 소매 공급가격을 16% 안팎 올렸고, 동서식품은 맥심 커피와 맥심 커피믹스의 출고가격을 1년10개월 만에 9.7%, 9.8% 인상했다.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2위인 BAT코리아는 6년 여만에 던힐, 켄트 등 21개 품목의 가격을 28일부터 200원(8%) 올리기로 했다. 담배는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소주의 10배, 배추의 5배나 된다.

제당업계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설탕값을 9~10% 올린 데 이어 제분업계도 이달 들어 동아원과 CJ제일제당을 시작으로 8% 중후반대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외식물가도 불안하다. 통계청의 외식 품목 조사대상 39개 중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4.7%)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품목은 절반 수준인 19개였다.

◇중간재 가격도 급등..소비자물가 상승 이끌듯= 원유와 곡물,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에 따라 중간재 가격도 치솟으면서 소비자물가의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3월 중간재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4% 급등해 2009년 2월(11.9%)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간재지수는 인플레이션의 선행지수로 지난해 12월 8.1%, 올해 1월 8.9%, 2월 9.8%, 3월 11.4% 등으로 상승폭을 키우면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설탕과 밀가루 등 중간재 가격 인상에 따라 이달부터 과자와 커피 등 최종재 가격이 줄줄이 오른 게 대표적이다.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도 더이상 틀어막을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전력이 발전 자회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의 단가는 1분기에 ㎾h 당 84.81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80.21원보다 5.7% 상승했다. 구입전력비는 전기요금 원가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천연가스(LNG) 가격은 국제유가 시세보다 3~4개월 늦게 반영되기 때문에 1분기에 유가가 급등한 영향이 2분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구입단가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중앙과 지방의 공공요금을 상반기까지 동결하되 하반기부터는 단계적으로 원가 상승 부담을 가격에 반영한다는 방침이어서 물가 여건이 녹록지 않다.

포스코도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자재 값의 상승에 따라 지난 19일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후판 등 철강제품 가격을 15~17% 올려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의 원가 상승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4월에도 소비자물가는 4%대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정부도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3% 수준'을 올릴 계획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 출석해 "물가는 상당히 어려운 단계"라며 '3% 수준'에서 상향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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