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100원씩 나란히 인하…이것도 담합?

입력 2011-04-07 09:10수정 2011-04-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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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대로 고르는 정부의 담합 조사

7일 새벽 0시. 국내 정유 4사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일제히 100원씩 내렸다. 이것도 담합일까.

정유업계에서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가격인하 압박에 못이겨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일제히, 그것도 똑같은 100원씩 내린 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행위로 조사하지 않을까 긍금해하고 있다.

정유사의 이같은 반응은 입맛대로 고르는 정부의 담합 조사에 대한 일종의 비꼬기다. 관행 혹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담합으로 몰아부치는 정부의 최근 행태에 대한 불만이 담겨있다.

당장은 아니라도 다시 유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또 다른 담합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공정위의 담합조사에 대한 재계의 불신이 크다.

특히 이번 정유사의 일제 가격 인하는 정부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폭으로 기름값을 올렸다며 가격 담합으로 처벌해 왔던 정부가 같은 폭, 같은 시기에 가격 인하를 유도한 것은 자유경쟁의 원칙에 배치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정유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1월 지경부와 기재부는 석유가격 TF팀을 구성했고 공정위는 지난달 말 정유사의 주유소 원적지 관리를 담합행위로 확정짓고 정유4사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주유소 원적지 관리란 정유사들의 오랜 관행으로 알려져있다. 정유사가 매출 상위권 또는 상징적인 지역의 주유소를 확보하기 위해 기름을 싸게 공급하거나 주요 거점 위치의 주유소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가 정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도 생소한 용어인 ‘원적지 관리’를 내세워 정유사를 압박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름값 담합이나 비대칭성(판매가격을 올릴 땐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린다는 뜻)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별다른 혐의를 포착하지 못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정부가 6일 발표한 석유가격 TF팀 조사결과에는 정유사의 가격 담합이나 비대칭성 혐의를 찾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비대칭성이 나타난 사례가 상당수 확인됐다고 정부가 밝혔지만 항상 비대칭성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정부가 석유제품에 대해 연산품 특성상 원가상정이 어렵다고 한 것은 결국 정유업계의 주장이 맞다는 얘기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관섭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 정책관은 “석유가격에 비대칭성이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유사의 담합과 폭리 여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은 TF의 한계다”며 “상식적으론 담합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통계적 방법론에선 담합하고 연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기름값이 묘하다(이명박 대통령)”, “내가 전직이 회계사다. 기름값 원가계산을 직접 한 번 해보겠다.”(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등 정유사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결국 혐의를 잡지 못하고 압박에만 그친 꼴이 됐다.

정부는 정유사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통해 결국 기름값을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또 다른 타깃은 통신사다. 정부는 통신사에 대해서도 그 동안 통신비 인하 압력을 가해왔다.

공정위는 6일 이동통신 3사의 스마트폰 요금 담합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정부의 이같은 입맛대로 담합 조사는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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