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사재기에 車업계 타격…전기·전자 공급차질 직격탄
일본 지진 후폭풍이 거세다. 현지 공장가동과 도로 항만 인프라 복구가 지연되면서 부품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각국 기업들이 부품 사재기까지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업종은 자동차다.
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이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로 4월부터 한 달간 20% 감산에 돌입한다.
르노삼성은 지난 30일 이 같은 감산 계획과 함께 지난 18일부터 중단됐던 주중 잔업과 토요일 특근 중단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잔업과 특근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감산 결정으로 르노삼성은 4월 한 달간 생산량이 4600대(지난해 생산량 기준)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잔업과 토요 특근 중단으로 지난 3월 부산공장의 생산량은 2000~2500대 정도 줄어든 바 있다.
르노삼성은 일본 닛산계열 부품사로부터 변속기와 엔진 등을 공급받고 있다. 재고는 3월 중순 기준으로 약 한달 분이다. 4월 생산엔 차질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르노삼성은 르노-삼성 공동 구매조직(RNPO), 르노 공급망, 얼라이언스 물류조직 대표들과 위기 대응팀을 구성해 긴밀히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일본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 매주 부품업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GM도 일부 부품 수급 차질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군산공장과 부평공장에서 주중 잔업과 주말 특근을 중단한 상태다. 때문에 한국GM도 10% 정도 감산이 이뤄진 상태다.
한국GM은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모기업 GM의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소싱’으로 다른 부품 공급선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GM의 일본산 부품 비중은 4% 정도로 낮은 편이다.
일본산 부품 비중이 1% 미만인 현대차도 최근 일부 전자계통 부품 공급처를 일본에서 독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전자는 카메라·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핵심소재의 공급차질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일부 품목의 카메라 모델 및 렌즈의 공급이 난항을 겪고 있다. 니콘은 이번 지진해일로 4개 공장의 조업을 중단됐고 현재 제한 송전으로 인해 부분 가동에 들어갔다. 캐논의 일본 우츠노미야 공장도 큰 피해를 입어 렌즈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카메라업계 관계자는 “렌즈 제품 생산의 중단도 문제지만 카메라 부품 기업들의 피해로 완제품 제작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 기업들의 조업 정상화 시점은 일본 정부의 계획 정전과 맞물려 있어 아직까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도 샌드위치 위험에 직면했다. 부품 공급면에서 하이닉스·삼성전자는 30∼45일의 반도체 웨이퍼 재고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 내 웨이퍼 공장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세계 1~2위 웨이퍼 제조업체인 신에쓰와 섬코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타 웨이퍼 공급선에 공급물량을 늘려줄 것을 주문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를 구입하는 완성품 업체들의 제품생산 문제다. 미국 퀄컴 등 첨단 IT기기 부품업체들이 일본 부품 공급 차질로 생산량을 줄인다면 여기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까지도 타격을 입을 수 있게 된다.
실제 아이폰5 출시가 연기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본 대지진 피해의 우려가 확신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