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만성의 경우 암 발생률 100배…자가진단 통한 약물복용 금물
요즘 B형 간염 보균자의 정기 검진을 권고하는 TV광고가 전파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대한간학회가 주도해 만든 이 광고에는 B형 간염으로 인한 합병증을 겪는 과정 끝에 정기검진과 간염 치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는 과정이 담겨 있다.
광고 속에 등장하는 B형 간염 보균자는 아내의 정기검진 권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배에 물이차고 황달증상을 보이게 된다.
황달은 혈색소(헤모글로빈)와 같이 철분을 포함하고 있는 특수 단백질이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황색의 담즙색소(빌리루빈)가 몸에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쌓여 눈의 횐자위(공막)나 피부, 점막 등에 노랗게 착색되는 것을 말한다.
또 학회 교수들이 등장해 매년 간질환 및 간암으로 2만여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간암의 70%는 B형간염이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함께 전달하고 있다. 만성 B형 간염을 가진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암 발생률이 10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B virus, HBV)에 감염된 경우 이로 인한 우리 몸의 면역반응으로 인해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의미한다.
이 질환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 등 체액에 의해 감염 된다. 아기가 태어날 때 B형 간염이 있는 어머니로부터 전염될 수 있으며(수직감염), 성적인 접촉이나 수혈,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 등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이러한 경로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혈액 내로 침입한 후 주로 간세포 속에 자리 잡게 되는데, 우리 몸은 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들이 파괴되면서 간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
이달에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B형 간염 치료환자수는 2006년 26만3000여명이었으나 2010년 29만4000여명으로 3만명 정도 꾸준히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급성 B형 간염질환 치료자 수는 2만4000명에 불과하나 만성 B형 간염은 26만9000명에 이를 정도로 만성질환자의 비중이 13배 이상 높았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7% 정도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만성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0.2%, 일본 2.0%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고광철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 및 여러 가지 체액(정액, 질의 분비물, 모유, 침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에이즈(AIDS)보다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악수, 가벼운 뽀뽀, 보유자가 요리한 음식, 감염자와의 대화, 기침 등 일상적인 접촉만으로는 옮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다만 출산을 전후한 시기에 가족에게 전염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취학을 전후한 시기에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일단 감염된 사람이 만성화될 가능성은 감염될 당시의 나이에 따라 다르다. 아기 때 감염되면 약 70~90% 정도, 어린아이 때는 25~50% 정도, 그리고 어른 때는 10% 정도가 만성화된다.
신생아가 출산 과정 중에 산모에 의해 B형 간염에 감염된 경우 이 바이러스를 제거해내지 못하여 만성 B형 간염으로 진행되며 대부분의 경우 30~50년 후에 간경변증 및 간세포암종(간암)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 교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만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약 100배 정도 간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흡연이 폐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4~5배 전후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이 질환 증상은 쉽게 피로해지고 입맛이 없어지며 구역, 구토가 생길 수 있다. 근육통 및 미열이 발생할 수 있으며, 소변의 색깔이 진해지거나, 심할 경우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치명적인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질환이 의심될 경우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거친 후 치료를 받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각종 의약품이나 한약, 건강식품 등은 간염의 경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복용 여부를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하고 혈액 등의 체액에 의해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성인의 경우 B형 간염에 걸려도 대부분 저절로 회복한다. 또 B형 간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간염으로 전이되지는 않기 때문에 자가진단 등을 통한 약물복용은 삼가야 한다.
B형 만성 간염 치료제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약제로는 ‘인터페론’과 항바이러스제인 ‘라미뷰딘’(상품명:제픽스)이 사용되고 있지만 한계점과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단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표면항원을 검출하는 혈액검사를 시행해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하며, 간기능 검사 등의 다른 혈액검사를 통해 간염의 중증도를 알 수 있다. 만약 간염이 발생했지만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외에 간염을 일으킬 수 있는 A형 간염 바이러스 및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B형 간염에 걸렸다고 해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나 페그인터페론(Peginterferon)의 사용이 필요할 수 있고 심각한 경우에는 간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B형 간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특히 B형 간염이 있는 산모가 아기를 출산하는 경우에는 출산 전 반드시 이 질환 백신과 면역글로불린을 투여 받아 신생아가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한다.
우리나라는 B형 간염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모든 국민이 B형 간염 백신 주사를 접종해야 하며, 백신을 투여 받은 후 체내에 항체가 형성됐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이 질환에 걸린 환자는 고단백질 음식과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고 간단한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반적인 업무도 가능하다.
고광철 교수는 “B형 간염 환자는 일반적으로 술을 피해야 하며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맥주 680cc, 포도주 280cc, 양주 80cc 이상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