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확대로 경제회복 족쇄...글로벌기업 日 '엑소더스'
일본의 대지진과 이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중동 민주화 사태에다 인플레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발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글로벌 경제 회복에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후쿠시마현 원전 폭발로 아시아증시가 폭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일본의 지진 복구도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여진, 방사능 공포, 혹한 등 삼중고가 복구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복구 작업은 건물과 도로 등 시설 복구가 아닌 시신 발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피해가 컸던 도호쿠 지역 미야기(宮城), 이와테(岩手)현 등에선 생존자 수색과 현장 수습 작업이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3월로 끝나는 2010년 예산에서 남아 있는 2038억엔(약 2조8000억원)의 예비비를 복구작업에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AP통신은 그러나 생존자 구조보다는 시신 발굴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빠른 경기회복을 기대했던 전문가들도 상당 수가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전 사고로 일본 경제의 회복이 일반적인 상황과 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사태, 중동 '재스민혁명' 이후 글로벌경제 회복을 주도했던 아시아가 일본발 악재로 주춤하면서 전체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조업이 중단됐으며 플래시칩과 같은 정보통신(IT) 산업에 핵심 부품 공급이 지연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조업 중단 기간 역시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일본이 제한적인 전력 공급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고속도로 등 인프라가 손상되면서 경제활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방사능 유출 사태가 지속될 경우 일본은 물론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불안은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본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전략 부족으로 생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 공포에 글로벌 기업들의 일본 '엑소더스'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독일 자동차기업 BMW 등 주요 기업들이 일본 주재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랙스톤은 한시적으로 일본 사무소를 폐쇄하고 28명의 직원과 가족을 일본에서 대피시켰다.
BMW와 씨티그룹은 직원들에게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것을 지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거대 금융기관 ICAP 역시 도쿄 주재원과 가족들을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로 대피하도록 조치했다.
유럽 2대 항공사 도이치루프트한자는 도쿄행 비행을 취소하고 나고야와 오사카 등으로 항공편을 변경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국 정부 역시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본을 떠날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