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평상심 잃은 일본...사재기로 '물자대란'

입력 2011-03-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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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불안...사재기 기승으로 물자대란 악순환

‘동일본 대지진’ 발생 6일째를 맞이하면서 차분하게 사태를 주시하던 일본인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태 초기엔 두드러지지 않았던 ‘사재기’ 현상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면서 ‘물자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이 수도권의 물류망에도 타격을 가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조장, 사재기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재기 현상은 연료와 생활필수품,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다.

특히 지진 여파로 정유소와 제유소의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정부의 ‘제한 송전’으로 심각한 연료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 대형 제유업체인 코스모석유의 경우 하루 원유 처리량 55만5000배럴 가운데 40%를 처리해온 지바제유소가 가동을 중단했고, JX닛코 닛폰석유에너지도 일본내 제유소 8곳 중 3곳의 가동이 멈췄다.

주유소들은 대형 제유소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바닥을 드러내는 재고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나마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 주유소에는 비상시를 대비해 주유하려는 소비자들로 만원이다.

주유소를 찾은 한 회사원은 “문을 연 주유소를 간신히 찾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의 주유소들은 대당 30리터로 판매량을 제한하고 있어, 15일 하루동안 1km의 주유행렬이 늘어선 곳도 있었다.

고층 아파트들이 빽빽히 들어선 도심에선 식료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대형 슈퍼마켓 관계자는 “컵라면이나 빵, 물은 들여놓기가 무섭게 품절된다”며 “빵 등 인스턴트 식품은 재해지로 먼저 보내지기 때문에 재고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필요없어도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집에 아기가 있는 세대에선 1회용 종이기저귀 사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대지진의 진원지인 동부 지역에 있는 종이공장과 펄프, 화장지, 기저귀 등의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약국에서 파는 화장지와 웨트티슈, 1회용 기저귀는 일찌감치 바닥을 드러냈다.

주식인 쌀 수요도 전례없이 넘쳐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쌀 구입량은 한달 평균 7kg. 5kg짜리를 3주에 한번 구입하는 꼴이었지만 지진 발생 직후에는 몇 배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가족과 이웃의 쌀까지 싹쓸이하는 통에 진열대에 올려놓을새 없이 팔려나간다는 것.

한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피난 생활에 필요한 물이나 배터리 등은 동부 지역에 우선적으로 출하되는데다 1인당 구입 개수도 제한됐고, 여기다 유류 공급 제한에 따른 물류 차질도 품귀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갈수록 심해지는 사재기로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재해지 이외 지역에 사는 분들은 휘발유, 경유, 중유 등의 연료 사재기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일본 언론들은 물자 공급업체들이 공급 체계를 바로잡고자 분투하고 있지만 연료 부족이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겨 평상심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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