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자재가격 상승과 더불어 일본 지진 악재가 겹치며 국내 물가도 지속적인 상승이 예고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16일 삼성경제연구소 정호성 수석연구원은 "국내 물가는 일본 지진 이전에도 중동사태 여파로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상승압력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내 상당수 정유.석유공장이 조업을 중단하거나 폐쇄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원유 수요가 감소해 국제 원유가격이 하락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복구사업과 전력 재공급을 위한 수입수요가 늘면서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원 역시 "일본의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원유수요가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견해가 있지만 속단하기 이르고 유가가 하향안정세를 나타내기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원은 "오히려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공급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원유 수입증대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제 원자재와 유가가 상승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공장 가동 중단과 대외 수출 차질로 관련 제품의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 연구원은 일본 정유.석유화학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내수용으로 충당되던 관련 제품의 수입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요증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입수요가 늘어날 경우 이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수급불균형을 가져와 전반적인 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수석연구위원은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국내 제조업의 대일 부품 소재 의존도가 높은 만큼 추후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제품가격이 오르고 결국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입 중 대일(對日)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가량인 643억달러이다.
특히 부품.소재 부문의 대일 수입은 총수입의 25.2%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본 지진에 따른 위험요인들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적용되면서 지속적인 물가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연구원은 "최근 수산물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피시플레이션'처럼 일본 악재는 당장 우리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원자재나 공산품처럼 시차를 두고 적용될 수도 있다"면서 "결국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