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비용이다. 수익은 날 수도 있고 안 날수도 있지만, 비용은 수익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펀드 투자자의 비용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펀드 판매보수를 단계적으로 1%까지 인하하도록 하고 있다. 판매보수를 인하하는 방법은 일정기간에 걸쳐 일정비율씩 인하하는 정률식과 투자자별 투자기간에 따라 인하하는 체감식(CDSC : Contingent Deferred Sales Charge)이 있다.
체감식 보수 인하 구조의 국내 주식형 펀드를 4년간 보유했던 투자자가 기존 펀드를 다른 펀드로 갈아탄다면 비용 면에서 어떤 차이가 생길까. 그 투자자는 4년간 펀드에 투자해왔기 때문에 올해부터 제일 낮은 구간인 연 1%의 판매보수(총보수 연 1.8%)를 적용받는다. 따라서 그가 기존 펀드에 5천만 원을 투자하고 자산가치의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1년에 90만 원의 신탁보수를 내게 된다. 그러나 그가 다른 펀드로 갈아탄다면 연간 11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기존 펀드를 유지했을 때보다 25만 원을 더 내는 것이다.
주식형 펀드의 변동성에 익숙한 투자자라면 1년에 0.5%의 차이가 작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은행에 예금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 정도 금리를 더 주는 곳을 찾을 수 있다면 몇 시간씩 인터넷을 뒤지고 창구에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연 0.5%, 생각에 따라서는 작지 않은 차이이다.
금융상품을 갈아탈 때 또 한가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수익률에 대한 것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더라도 갈아타기를 원한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 수익률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것도 대부분 최근 수익률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금융상품을 갈아타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설정된 지 1년 이상이고 규모가 100억 원 이상인 공모 펀드 중 2005년에 가장 성과가 좋았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추적해 보았다. 이 펀드는 2006년에는 전체 8위로 비교적 괜찮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그 이후에는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2010년에는 거의 최하위를 기록했다. 단기 수익률만 추종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는 사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일단 현재 가입하고 있는 펀드에 대해서 되돌아봐야 한다.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것은 해당 펀드 운용사의 장기수익률이다. 최소 5년 이상으로 수익률 평가의 기간을 확장해서 보도록 하자. 운 좋게 시장상황이 맞아서 수익을 낸 것인지 진짜 실력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기간은 필요하다.
펀드평가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쉽게 자료를 조회할 수 있다. 확인결과 해당 운용사의 장기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면 펀드에서 돈을 빼는 것을 재고해보는 것이 좋다. 다른 펀드나 금융상품으로 갈아탄다고 해서 수익률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괜히 비용만 더 내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