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건축연한 40년 유지’ 곳곳 반발
서울시내 곳곳에서‘재건축 논쟁’이 한창이다. 이미 사업을 추진중인 곳이나 사업을 희망하는 곳의 시와 주민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8일 공동주택재건축 정책자문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공개하면서 서울시내에서 아파트의 재건축 허용연한을 현행(최장 40년)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자문위원회는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아파트 11곳을 진단한 결과, 모두 부분적 개보수만 하면 되는 C등급으로 판정했다.
이에 노후 아파트에서 겪는 불편을 호소하며 재건축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해 온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H공인 관계자는“벽에 금이 가고 수도관에 녹이 슬어 세입자를 받기 힘든 집들이 많다”며 “보수를 한다면 사는데 지장은 없을지 몰라도 그 비용을 감당해 낼 집주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단지의 한 주민은 “주민의 필요성에 의해 재건축여부를 판단해야지, 등급을 매겨서 여기는 되고 저기는 안 되는 식으로 평가하는 자체가 잘못됐다”며 “언제까지 열악한 환경을 참고 살아야 하는 건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재건축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지난달 강남구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보류했다. 재건축 승인을 위해선 소형주택 비율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게 공식적인 보류 이유였다.
이 결정은 곧 개포지구뿐 아니라 서울 재건축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조합원들은 소형·임대주택 추가시 추가분담금 증가와 아파트 이미지 하락을 우려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남권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가락시영아파트의 종상향 여부 역시 서울시가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는 까닭에 성사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이처럼 서울시가 재건축 추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면에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전세난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건축사업이 활성화돼 수천 수만 가구의 멸실주택이 발생할 경우 전세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재건축 속도 조절’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9일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1982~1991년 준공한 서울지역 아파트는 강남구 36763가구, 서초구 14476가구, 송파구 32590가구, 강동구 26165가구, 양천구 31040가구, 노원구 65813가구 등 6개 구에서만 총 20만6847가구에 달한다.
현행 조례는 이들 단지(1982~1991년 준공단지)의 재건축 허용연한을 22~38년으로 정하고 있다. 만약 재건축 연한이 줄게 될 경우 서울 전역이 공사장으로 돌변, 심각한 주거난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규택지가 거의 없는 서울은 도시정비사업에 주택공급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곧 멸실주택을 양산한다는 측면에서 고민이 없을 수 없다”며 “그러나 재건축 속도조절로 당장의 멸실은 막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론 신규주택의 공급을 지연시키는 역효과가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