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성질소·염소이온·대장균 등 검출”
정부의 엉성한 대처로 구제역 2차 피해가 드러나고 있다. 식수안전에 경고등이 켜진 것을 시작으로 환경대재앙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어 정부의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국회 정무위 소속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7일 구제역 매몰지 주변 지하수 수질검사 현황을 토대로 “검사가 완료된 1637곳 중 24.7%에 달하는 405곳에서 암모니아성 질소, 질산성 질소, 염소이온, 대장균 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정부는 지금껏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지만 이번 결과에서 보듯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는 매몰지 주변 주민들의 식수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지하수 오염의 주된 원인은 60만~70만개에 이르는 폐공”이라면서 “날이 따뜻해지면서 매몰지에 묻힌 가축들의 부패가 활발해질 뿐만 아니라 침출수가 지표로 흘러나오고 있다. 침출수가 폐공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면 심각한 식수오염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앞서 정부는 2차 피해 우려감이 확산되자 ‘지나친 걱정’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위에 출석해 “매몰지가 지하수 오염을 초래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정부 매뉴얼대로 하면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제는 매뉴얼대로 매몰하지 않은데 있다”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했다. 그는 “각 지자체로부터 건네받은 매몰지 현황카드를 분석한 결과, 제대로 작성된 것이 거의 없다”면서 “이는 엉터리로 매몰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이 장관은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며 “구제역 사태 원인과 정부 대처 등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해 그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도 같은 날 구제역 가축 매몰 당시 비공개 사진 16장을 공개한 뒤 “아무 문제없다는 이만의 장관의 대답은 현장을 도외시한 허풍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매몰 장면이 담긴 사진을 근거로 “침출수 유출을 막아준다던 비닐은 찢겨지고 가축은 생매장했다”면서 “매몰 깊이는 얕아 가축이 융기할 수 있고, 우수기엔 매몰지의 유실마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번에 공개한 사진은 매몰지 현황카드에 사진이 부착된 1276개만을 확인한 결과이기 때문에 전체 매몰지 4600여개로 대상을 확대하면 부실 매몰지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조차 안 된다”면서 “환경부는 매몰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해 부실 매몰지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 오염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나날이 확산되는데도 정부는 감추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면서 “즉각 매몰지 정보를 공개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사후 관리를 위한 적극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