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꿀 먹은 벙어리가 따로 없다. 동남권신공항 논란을 대하는 민주당의 현주소다.
유치경쟁이 감정적 지역주의로까지 비화됐음에도 민주당은 지금껏 그 어떤 논평도 내놓질 않고 있다. 당의 공식입장(당론)도 없다. 또 다른 대형 국책사업인 과학벨트 경우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한나라당은 대구·경북·경남이 한 편에, 반대편엔 부산이 서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면서까지 대립하고 있는데 제1야당의 목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기자와 만나 관련내용을 묻는 질문에 “세상만사 모든 일에 어떻게 일일이 얘기할 수 있느냐”며 입을 다물었고, 전현희 원내대변인도 “지역과 관련된 개개 의원들의 입장은 있지만 당론은 없다”고 한발 비켜섰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도 손사래를 치며 “그 질문엔 뭐라 대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지역갈등을 넘어서 국론분열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조정노력조차 보이질 않자 해당지역에선 민주당을 향한 비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제1야당으로서 지역현안, 국가사업을 외면한 책임방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로선 가덕도 유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당의 입장에선 정치쟁점화 되면 지역분열만 부추긴다는 염려로 자제하는 것 같다”면서도 “사실 책임방기라는 말이 틀린 지적은 아니다. 마치 방관자적 입장에서 먼 산 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당 지도부에 전달하겠다는 의미다.
장용훈 민주당 부산시당대변인도 “부산시당 입장은 당연히 가덕도 유치다. 부산에 와봐라. 거리마다 (유치를 위한) 플래카드가 붙어있는데 시민 염원을 어떻게 안 따를 수 있느냐”며 “시당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외로운 투쟁이 되지 않도록 중앙당의 적극적 지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공항도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중앙당도 책임성을 갖고 임했으면 한다”며 “부산이 한나라당만의 부산은 아니질 않나. 민주당의 부산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호남의 한 중진의원은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각 지역으로 나뉘어 패싸움 하듯 적전분열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왜 끼어들겠느냐. 어디로 (유치가) 결정되든 원망은 한나라당에게로 가게 돼 있다”면서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제3자 입장에 선 권선택 선진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영남 내부 문제, 한나라당 내부 싸움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면서 “괜히 끼어들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