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자본금 지원·조세 특례 등 논란
1년 이상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농협법’ 개정안이 이번에는 처리할 수 있을지 금융업계 안팎에서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인 신용과 경제사업 분리는 농협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지만 농축산물 생산·유통·소비 분야와 보험·신용카드 등 금융권에서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법률안 심사소위원회는 이날 농협법 개정안을 논의, 의결한다. 소위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4일 상임위 전체회의,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10일나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농협법 개정안은 신경 분리를 위해 농협의 지배구조를 변경하고 산하에 NH경제지주와 NH금융지주(신용사업)를 동시에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축산물 유통과 판매 등을 담당하는 경제부문과 은행·보험 등의 신용부문은 업무의 성격이나 사업목적이 판이하게 다르니, 분리하자는 것이다. 즉 농협을 돈 굴리는 기관과 농산물 파는 조직으로 과감히 나눠 ‘윈윈’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농협 체제론 오늘날 현실에 대응하기가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돈을 굴리는 신용사업까지 하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농축산물 판매·유통을 위한 지원 기능만 있고 지역의 단위농협이 모든 걸 책임지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농협은 중앙회 조직에서 신용사업을 분리한 뒤 경제사업 중심으로 대폭 개편된다. 중앙회 내에 원예·양곡·축산판매본부를 따로 설치해 판매·유통 등 경제사업을 직접 챙긴다는 전략이다.
또 농협경제지주와 함께 자산 200조원의 초대형 금융회사가 탄생한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농협 신용부문은 약 1년간 계열사 분리 등의 준비 작업을 거친 후 농협 금융지주 체제로 재편된다. 현재 중앙회 내부 분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농협보험은 계열사로 분리되는 것이 확정적이다. NH카드 역시 분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협의 보험 부문은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빅3’와 함께 4강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용카드업게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농협이 출시한 ‘NH채움카드’의 회원수는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농협카드 회원수는 7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논란도 많은 상황이다. 현재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부족 자본금 지원 △조세 특례 △농협공제의 보험업 전환에 따른 특례 △경제사업 활성화 등 세부 쟁점에서 여야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민단체는 이번 농협법 개정안이 경제 사업 활성화보다는 금융지주회사 중심의 개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창한 농민연합 정책위원장은 “법 개정 전에 경제 사업 활성화 방안부터 먼저 마련해야 하며, 지금은 개편 후에 농산물 판매나 농자재 공동구매 같은 필수적인 사업들을 어디에서 맡을지도 애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