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세훈, 퇴진해야” - 靑 “기다려달라”
두 달여 만에 재개된 당·정·청 회동이 불협화음으로 끝났다. 당·정·청 9인 수뇌부는 27일 총리공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를 가졌으나 합의에 이른 결과물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이견이 있었던 대목은 원세훈 국정원장 퇴진 문제였다.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최근 불거진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의 책임을 지고 원세훈 국정원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반면, 청와대 측은 난감한 입장을 드러내며 경질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정원 내부개혁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선 원 원장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김무성 원내대표가 국정원장 경질 요구를 공공연히 말해온 만큼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문제점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지금 원장을 교체하면 국정원이 이번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며 “당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좀 더 시간을 갖는 게 어떻겠느냐”고 진화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EU FTA 협정문의 한글본 번역 오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정부 측에 “요즘 정신을 안 차리고 있는 것 같다”며 비판을 쏟아냈다는 후문이다. 특히 국회 비준 처리를 책임지고 있는 원내수장인 김 원내대표가 문제 제기와 더불어 정부의 자성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2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부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 놓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이외에도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과 동남권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 이슬람채권법(수쿠크)을 둘러싼 기독교계와의 마찰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당·정·청 간 이견이 노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4.27재보선을 앞두고 있는 당이 민심을 외면한 정부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당이 정부를 질타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당·정·청 회동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정·청은 9인회동을 정례적으로 열어 각종 현안에 대한 소통을 더욱 원활히 하자는 데에는 뜻을 같이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한나라당에선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심재철 정책위의장이, 청와대에선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백용호 정책실장, 정진석 정무수석이, 정부 측에선 김황식 총리와 임채민 총리실장, 이재오 특임장관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