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출수가 지하수 등에 흘러들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험 초래
지난해 11월부터 전국을 휩쓴 구제역으로 인해 최근까지 전국 4100여곳에서 소, 돼지, 염소, 사슴 등 316만4452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매몰됐다.
하지만 구제역이 발생 후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짧은 시간에 매몰처분이 되면서 일선 현장에서 매몰기준이 제대로 안지켜 지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구제역 확산 이후 지난해 말 돼지 3000여 마리를 묻은 경기 파주시 광탄면 매몰지 주변에서는 침출수가 새어나와 인근 도랑 등이 붉게 변했다.
돼지 2000여 마리를 매몰한 경북 영천시 고경면 매몰지에서도 도로와 도랑으로 침출수가 나와 민원이 제기되는 등 매몰지 인근의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매몰지 내 침출수가 지하수 수맥으로 흘러들게 되면 전국의 지하수가 오염되고 상수도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등 장기적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침출수가 식수로 사용하는 인근 지하수와 하천으로 흘러들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침출수가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면 탄저병 등 전염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01년 대규모 구제역 발생 후 실태조사에서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입되는 상황이 20년 이상 계속 나타날 수 있고 환경 호르몬인 다이옥신과 발암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 등에 의한 토양 오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역시 매몰지 선정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봄철 해동기에 매몰지가 유실될 가능성이 큰데다 가축 사체에서 나온 피와 부패 물질 등으로 인근 지하수나 하천, 토양 등이 오염될 경우 심각한 2차 환경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 매뉴얼에 따르면 2차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가축 도살처분 시 구덩이를 4~5m 깊이로 판 후 비닐로 매몰지 전체를 덮어야 하는 등 가축 매몰에는 지켜야 할 기준이 있다. 또 가축의 핏물이나 썩은 물이 땅에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 톱밥이나 석회를 뿌리거나 부직포를 깔아야 한다.
매몰지 속에는 파이프를 심고 사체에서 나오는 유독가스를 밖으로 배출하며 매몰 구덩이보다 낮은 곳에 저류조를 설치해 침출수가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가축이 생매장된 일부 매몰지는 구덩이 바닥에 깐 비닐이 가축의 발톱 등으로 찢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침출수 유출은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며 “매몰지 붕괴는 보강공사 등을 통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지만 침출수 유출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