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정학적 우려로 약세 불가피...두바이증시 8개월래 최저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이어 이집트의 유혈 시위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증시가 아랍권의 반정부 시위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로 급락한데 이어 중동의 주요 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두바이 종합주가지수(DFM)는 30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4.3% 빠지며 지난해 5월 25일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중동 최대 개발업체 에마르프라퍼티스는 8.3% 폭락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저가 항공사 에어아라비아는 6.1% 떨어졌다.
걸프지역 주가 추이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GCC 200 지수는 0.3% 하락했다.
블룸버그 GCC 200 지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오만 바레인 쿠웨이트 등 중동 6개국의 증시를 반영하고 있다.
카타르 종합주가지수(QE)는 3%, 아부다비 ADX제너널지수도 3.7% 각각 밀렸다.
이날 임시 휴장한 이집트 증시는 지난주 16% 폭락했다.
두바이의 범 아랍권 방송인 알-아라비아TV에 따르면 이집트 증시는 31일에도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아부다비 소재 CAPM인베스트먼트의 마흐디 마타르 리서치부문 대표는 “중동 주식시장에 리스크 회피심리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웰스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폴슨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집트 사태가 글로벌 증시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시장은 기술적 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집트 사태가 확산되면서 중동을 비롯한 글로벌증시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집트 사태가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에 지난 28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4% 떨어지며 지난 1995년 이래 가장 길었던 랠리를 마무리했다.
S&P500지수도 1.8% 내리며 지난해 8월 이래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유럽 증시도 영국의 FTSE100지수가 1.4% 빠지는 등 1% 안팎으로 하락했다.
세계 증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덱스(MSCI) 월드인덱스는 1.4% 빠졌다.
유가는 이집트 소요 사태로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4.3% 급등, 지난 2009년 이래 최고로 치솟았다.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석유 수송로인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폐쇄될 경우 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튀니지를 거쳐 이집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주요 원유 수출국들이 몰려 있는 중동의 다른 국가들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과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퓨처패스 트레이딩의 린다 라시크 파트너는 “이집트 시위가 확산되면서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와 달러와 원유 쪽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FX 솔류션스의 조지프 트레비사니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집트의 호스니무바라크 정부가 무너지면 이후 이틀간 달러와 스위스 프랑에 안전 자산 수요가 크게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 증시의 급격한 상승세로 이익실현 매물에 대한 욕구가 커진 상태에서 이집트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증시의 전망은 밝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전날 한 주를 시작해 6.4% 폭락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타다울 주가지수는 이날 2.5%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