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막무가내식 유가 인하 압력

입력 2011-01-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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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만 갖고 그러는지…정말 답답할 따름입니다."

최근 만난 정유업계 고위 관계자의 한숨섞인 하소연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기름값이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후 정유사가 기름값을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국민적 오해를 사고 있어 답답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석유협회는 최근 예정됐던 고유가 관련 입장 발표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정유업계가 혹시라도 정부 눈 밖에 나지 않을까 우려한 때문이다. 정부의 전방위에 걸친 압박에 공개적으로 반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는 20일 SK에너지를 시작으로 진행되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놓고도 정유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정유사업이 적자를 기록한 탓에 지난해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정유업체들은 기름값의 50%가 세금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자기네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정유회사가 기름을 팔아 얻는 영업이익률은 1~2%에 불과하다. 주로 석유화학 제품 등을 수출해서 이익을 얻는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세금 인하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정유업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은 최근 정유업체를 직접 방문해 휘발유 가격과 관련된 자료를 모두 가져갔다.

또 정유업체에게 1994년 석유가격 고시제 폐지 이후 내놓은 적이 없던 휘발유 원가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며 압박 수위을 높이고 있다.

국내 기름값은 국제 원유 가격과 환율에 따라 등락을 거듭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가격 인하를 위해 정유사와 주요소 사업자들의 반발과 갈등을 무시한 채 목적 달성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기름값을 기대한 만큼 낮출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인위적인 가격 인하는 시장의 실패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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