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W 키워야 한국IT가 산다

입력 2011-0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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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신세 못면하는 국내 SW업계

지난해 IT산업은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태블릿 PC로 막을 내렸으나 이같은 모바일기기는 메가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때문에 올해에도 IT을 관통하는 키워드 1위로 스마트폰이 선정되는 등 태블릿 PC와 소셜비즈니스 등 새로운 트렌드가 IT 시장의 새 바람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스마트 열광 속에서 국내 소프트웨어(SW)업계는 구조적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새해에도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T기반 산업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 한국, 쓸만한 SW ‘無’= 실체가 있는 하드웨어(HW)보다 실체가 없는 소프트웨어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상. 우리나라가 PC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강국이라지만 PC 분야에서 가장 큰 이익을 챙기는 건 CD 한 장에 담긴 윈도우7을 팔아 이득을 챙기는 마이크로소프트사다.

지난해 기준 한국제품의 세계 시장점유율 61.6%와 1.8%. 전자는 한국 반도체 업계가 세계 D램시장에서 거둔 성과이고, 후자는 우리 소프트웨어업계의 세계시장 점유율이다. 한국 IT 산업의 현주소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약 3004억 달러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분야는 1조100억달러에 달한다. 삼성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분해하면 어김없이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부품들로 가득하지만 실속은 애플이 차리고 있는 셈이다.

휴대폰 1대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9년 기준 59%. 그러나 스마트폰의 경우 80% 정도에 육박한다. 심지어 자동차도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휴대폰과 자동차의 개발 원가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은 것처럼 소프트웨어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주력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은 주로 하드웨어에 집중하고 있다,

휴대폰용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자동차 엔진 및 구조 설계를 위한 공학용 소프트웨어, 기업 내부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오피스 등은 모두 외산이 독식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패키지 소프트웨어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해외 종속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LCD, TV에서 세계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작동을 위한 단말기 제조국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산 SW 업계의 위기= 지난 2009년 국내에 보급된 소프트웨어 중 불법 복제품은 41%에 달했다. 피해금액만 6400억원.

OECD 회원국 평균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비율(36%)보다 높은 수치이며, OECD 33개 회원국 중 불법복제품 이용률이 22위다. 미국(20%)·일본(21%)·영국(27%)·독일(28%)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불법 소프트웨어 비중은 10% 이상 높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10% 감소할 경우 1229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한다. 또 2년 내에 불법복제율을 10% 감소시킬 경우 약 약 2조2000억원의 GDP(국내총생산) 증가 효과도 일어난다고 IDC는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력이 생명인 소프트웨어산업이 국내에서는 뿌리조차 내리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불법 소프트웨어 때문에 우리의 IT산업 경쟁력도 뒷걸음치고 있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세계 주요 국가 IT 경쟁력 지수 평가에서 한국은 2008년 8위를 하다 2009년 16위로 곤두박질 쳤다. 여기에는 불법 소프트웨어가 한몫을 했다. 한국은 지식재산 보호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를 평가하는 법률 및 규정 항목에서 선진국(80~90점)보다 낮은 67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없다. 중소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기반도 부실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대한 대우 역시 능력 대비 최저 수준이다. 밤새 죽도록 일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못 받으니 신종 3D 업종이라는 말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토종 소프트웨어 업계는 올해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의 대표들이 횡령 및 배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회사까지 위기에 빠지게 됐다.

한컴은 그러나 재무구조가 건전해 다행히 상장폐지 되지는 않았다. 이후 소프트포럼에 인수되면서 일단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핸디소프트는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식은 거래가 중지된 상태로, 오는 14일로 3개월 간의 퇴출을 유예받았던 개선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티맥스소프트 역시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등 올해 최악의 위기를 경험했다. 티맥스소프트는 한 때 국내 최대 규모,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소프트웨어 업체였지만, 이제는 그 위상을 잃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 열풍으로 하드웨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돼 정부의 다양한 육성책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서 토종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이 SW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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