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언제, 얼마나 올릴까
최근 물가 흐름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얼마나 인상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에서 비롯된 달러 홍수, 이에 따른 원유 등 원자재값 급등 등 국제 경제 환경의 큰 흐름이 물가 불안 쪽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이 경기과열과 물가인상 등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물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불안한 물가…금리 인상 불가피= 한은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3.5%에 이르고 상반기에는 3.7%의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은이 설정한 중기물가안정목표 중심치(3.0%)를 상회하는 수치인 점을 감안하면 인상 기조는 불가피하다.
주변상황 역시 한은의 액션을 재촉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값 상승세가 가파르고 원·달러 환율도 연평도 포격 사태 등으로 생각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4일 두바이유 국제 현물가격은 배럴당 91.58달러로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런던금속거래소(LEM)에서 거래된 구리 3개월물은 장중 t당 9392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알루미늄과 설탕 가격도 치솟는 중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견디지 못해 2개월 만에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내년 초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도 연초부터 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내년 1·4분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상시기가 의외로 빨라져 내년 1~2월에 올릴 확률이 높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내년에는 상저하고의 경기 사이클에 따라 1분기에 성장률이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어 2분기에 성장률이 회복되면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면서도 “하지만 연초에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경기 회복 속도를 감안해 1분기에라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가계부채 변수 = 하지만 가계부채와 정부가 목표한 경제성장률이 변수로 작용, 금리 인상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우선 770조원(3분기 말 기준)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복병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의 핵심사항중 하나를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다짐하고 있는 만큼 빚 부담을 높이는 금리인상 카드에 거부감을 보일 수도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가계의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황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때 개인의 연간 이자부담은 5조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돼 가계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정부가 내년 5% 성장을 고집한다면 금리정책이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각종 간담회 등을 통해 “내년 5% 성장은 달성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정책 당국이 금리 정상화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금리 유지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물가의 빠른 상승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조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되 매달 꼬리를 무는 연쇄적인 인상은 힘들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유 본부장은 “분기별로 0.25%포인트 정도의 인상이 예상되며 내년 말에는 3.25~3.5% 정도까지 올라갈 듯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