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투자된 예산까지 증발될 판
최근 시의회는 서울시가 수년간 추진해온 시의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서 내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예산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이미 집행된 수십~수천억원의 투자금들이 날아갈 판이다.
먼저, 서해뱃길사업은 예산 752억원이 전액 삭감돼 이미 투자된 286억원이 매몰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4년 이상 준비해온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함에 따라 경인아라뱃길과 한강의 연계성이 상실됨은 물론 양 사업의 시너지효과를 눈앞에서 놓치게 됐다”며 “경인아라뱃길 개통 이후 한강으로 진입해 오는 선박과 교량,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받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서해뱃길사업 예산에는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 사업예산 182억원이 포함돼 있어 양화대교 공사 역시 전면 중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 양화대교는 현재 하류 측 아치교량이 거의 조립완료 단계(공정률 95%)에 있으며, 조립이 완료 되는대로 상판을 거치해 하류측 교량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또 상류측 아치도 공장에서 제작 중이다.
한강예술섬 예산도 내년 예산 406억원이 전액 삭감돼 공사 중단은 물론 12월 현재까지 기 투입된 534억원이 증발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의 대표적인 미래형 투자사업인 한강예술섬은 2002년부터 기본구상과 부지매입, 전문가 등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 반영이 안 됨에 따라 일부 섬들은 잡목이 우거진 빈공터로 방치돼 한강의 흉물로 전락할 처지가 됐다. 추후 공사를 재개한다 해도 공사 연장으로 인해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밖에 어르신행복타운, 서남권 돔 야구장 조성사업(공정률 24%)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공정률 37%) 등 사업에 대해서도 시와 시의회의 의견이 판이하게 대립하고 있어 계속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서울시는 연일 기자회견 및 보도자료 등을 통해 시가 추진해온 핵심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남은 예산절차에서 핵심사업에 대한 예산을 반영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 역시 “예산심의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어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가 무상급식비로 책정한 700억원은 아까워 하면서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토목사업에만 열을 올리는 오세훈 시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 측의 당론이다.
오승록 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보도 자료에서 “서해뱃길사업과 한강예술섬 사업은 소수 특권층을 위한 사업이고 대규모 어르신행복타운사업은 전시·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