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임직원 위한 다양한 전직지원프로그램 인기
군대에서 장성이 ‘스타’라면 기업의 ‘별’은 임원이다. 그러나 인사철의 임원들은 “임원이란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는 우스개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외국계 제약회사의 임원 K씨는 30여년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게 됐다. 주위에서는 그래도 임원까지 경험했으니 재취업도 쉬울 것이라고 위로했고, 적지 않은 위로금까지 받는다며 오히려 K씨를 부러워했다.
K씨도 처음에는 잘 풀릴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먼저 퇴사한 친구들이 얘기하는 현실은 달랐다. 퇴직 전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처음 한 두 달은 좋지만 어느 순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게 된다는 충고였다.
K씨는 임원 전직프로그램을 회사 측에 요청했고 회사는 내부 직원 복지와 향후 수월한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고려해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전직 지원)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일반화된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회사를 떠나는 임직원들이 퇴사 이후의 삶을 잘 꾸려갈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칭한다. 아웃플레이스먼트의 목표는 교육이나 카운슬링을 통해 퇴직자가 새 직종에 지원할 경쟁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을 시작한 K씨는 우선 개인 사무실을 제공받았다. ‘당장 갈 곳이 없다’는 막막함을 덜기 위해 직장과 유사한 사무환경을 갖춘 경력전환센터는 실직자에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K씨는 매일 경력전환센터로 출근해 담당 컨설턴트를 만났다.
컨설턴트는 K씨의 경력목표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가족관계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대해 필요한 부분을 챙겼다. 퇴임 임원의 컨설팅을 담당하는 인덱스루트 코리아 이석기 이사는 “바쁘게 살아온 퇴임 임원들은 배우자나 자녀와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많아 변화 관리에 우선 신경쓴다”며 “가족의 지지를 받고 심리적 안정을 찾고 나면 취업도 자연히 잘 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K씨의 전담 컨설턴트는 K씨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그의 장단점과 적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K씨의 시장 가치는 외국계 회사에서 익힌 글로벌 감각과 조직 장악력, 오랜 기간 쌓인 제약업계 인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컨설턴트는 헤드헌팅 회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K씨에게 맞는 일자리를 추려냈고, K씨는 그 중 세 곳을 골라 지원했다. 현재 두 곳의 면접을 봤고, 한 곳에는 이력서가 통과돼 면접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
K씨는 퇴직에 대한 불안보다는 제2의 인생을 꾸려갈 설렘으로 매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K씨의 사례가 대단히 특별한 것은 아니다.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표적인 업체들인 DBM 코리아, 인덱스루트 코리아에 따르면 재취업ㆍ창업 등을 포함한 임원들의 전직 성공률은 70%를 상회하고 있다.
인덱스루트 코리아 고익현 대표는 퇴임을 앞둔 임원들에게 “구직활동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너무 적극적인 태도는 주위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으므로 전문 컨설팅이나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요청하라”고 조언하며 “특히 퇴임사와 연관된 사업 계획이 있을 경우 변호사와 상의해 미리 법률적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