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던 한만호(49·구속) 전 한신건영 대표가 법정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씨의 진술뿐 아니라 제3자의 진술이 있고 객관적 증거도 충분하다”며 공소유지에 자신감을 보였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가 연루되면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져 부도로 억울하게 빼앗긴 회사를 되찾을 수 있다는 욕심과 ‘협조하지 않으면 위험을 당할 것’이라는 사건 제보자 남모 씨의 겁박 때문에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9억원 가운데 3억원은 한 전 총리의 측근인 김모(50·여)씨에게 빌려준 것이며, 남은 6억원 중 일부는 자신이 쓰고 일부는 한신건영에 공사를 수주해 주는 사업가 2명에게 성과급 등으로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 전 대표의 수사 당시 진술내용 등을 재차 확인했지만 그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돈을 준 적이 없고 모두 지어낸 얘기”라고 했다.
검찰이 허위 진술로 얻는 실익이 무엇이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내가 돈을 준 사업가들을 보호해야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곧바로 그가 돈을 줬다고 주장한 사업가 2명을 증인으로 소환해 대질 신문하려 했으나 변호인이 “반대신문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난색을 표명, 대질신문은 다음 기일로 연기됐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총리의 동생이나 측근이 수표 등을 받아 쓴 게 있고, 받았다가 돌려준 것도 있다”며 “모든 게 허위 진술이라면 이런 부분은 설명이 안 된다”고 한 전 대표가 갑자기 진술을 번복하고 나선데 대한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비밀장부와 계좌추적 결과, 돈 전달에 직접 관여했던 회사 관계자 등 제3자의 진술과 같은 객관적 증거들이 많이 있다”며 “한 전 대표의 진술은 객관적 상황과 맞지 않아 거짓임이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 진행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이번 재판이 여러 이유로 미뤄지는 등 늦게 진행되면서 증인들이 말을 바꿔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하고 있다”며 우회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은 한 전 대표가 제보자 등 이해 관계자들과의 채권채무 관계나 회사 경영권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서 기존 진술을 뒤집었는지 등 제반 사정을 따져보고 위증 여부를 판단한 뒤 대응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한 전 대표로부터 현금 4억8000만원, 미화 32만7500달러, 1억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한편 검찰의 한 전 총리에 대한 혐의입증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한 전 대표의 진술번복으로 부실·표적수사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