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파장 시장 신뢰 무너져...하이닉스 · 대우조선 등 매각 늦어질 듯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인수,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이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등 올해 하반기 활발했던 대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최근 현대건설 매각 악재로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 매각의 경우 채권단과 인수주체간 자금조달 논란이라는 점에서 향후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등 채권단이 보유 중인 대기업들의 매각 작업이 영향을 주면서 연쇄적으로 늦어질 전망이다.
9일 M&A업계 등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는 중소형 기업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동양생명 등 대형사까지 기업 M&A전이 전방위에서 벌어졌다. M&A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의 경우 원만한 회계법인이나 투자은행들은 대형 M&A 2건 정도를 동시에 진행할 정도로 시장이 활황이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최근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현대건설 인수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과 채권단, 예비후보인 현대차그룹간 진흙탕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M&A시장에 찬바람이 불 기세다.
현재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 7일 현대그룹에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 부터 빌린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와 동양종금증권에서 조달하는 자금에 대한 자료를 14일까지 제출하라고 최후 통첩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자료 제출 의무를 미흡하게 이행하거나 인수자금의 출처 등에 대한 의혹이 규명되지 않으면 법률 검토를 거쳐 주주협의회에서 양해각서(MOU) 해지 여부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처럼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지연되면서 채권단이 보유한 기업들의 매각 작업도 연쇄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실제로 하이닉스 주주협의회(채권단)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연내 현대건설 매각을 마무리 짓고 하이닉스 처리 방향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건설 매각이 지연되면서 하이닉스 매각 일정은 기약이 없게 됐다.
이르면 연내 M&A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대우조선해양도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현대건설 매각 등의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M&A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당한 시기에 대우조선도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이번 M&A가 통상의‘룰’에서 벗어 나면서 매각자(채권단)와 인수기업간의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M&A 시장 활성화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경우 채권단과 인수기업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 경우 채권단이 하이닉스 등 대형 매물을 M&A시장에 내놓기 어려워진다는 것. 결국 이번 인수전 파행이 향후 M&A에도 깊은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다.
M&A시장 관계자는 “지금의 형국은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매각을 놓고 논리나 원칙이 아닌‘서로 자신이 맞다’며 우기는 어린 아이들의 싸움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져 서로에 대한 시장 신뢰만 깨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하이닉스 대우조선 대우건설 등 M&A시장에 나올 대형기업은 한 두 개가 아니다”면서 “현대건설 사례가 전례가 돼 이들에도 같은 잣대가 적용된다면 매번 큰 논란이 벌어지고 결국 M&A자체가 깨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