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견제한 인플레 방치로 경제 과열 확실시
투자자들의 눈이 유럽 재정위기에 쏠린 가운데 신흥국에서 고조되고 있는 인플레 압력이 세계경제 위기의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식료품ㆍ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양적완화 영향으로 신흥국 중앙은행이 현재 예상되는 수준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WSJ은 특히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등 선진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금리를 적정 수준 이하로 억제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신흥시장 전문가인 매튜스 아시아 펀드의 로버트 홀록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흥국들은 인플레 압력을 평상시 이상으로 방치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신흥국 경제의 과열은 확실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이 경우 고금리 투자처를 추구하는 투자자들로 신흥국 자산이나 상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문제는 투자자들이 신흥국 통화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을 뒤집고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회귀해 혼란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홍콩 소재 HSBC의 리처드 예첸가 신흥국 통화 전략부문 책임자는 “향후 6개월간 투자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최대 문제는 인플레가 경제 전망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여부”라고 말한다.
투자자들이 신흥국의 인플레를 불안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의 성장률이 예상을 밑돌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신흥국의 성장률은 2011년에는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의 생산은 이미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예상외의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고 있다.
RBC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26일자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자들 사이에선 금융정책 기조에 대해 여전히 느슨하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향후 몇 주에서 몇 개월 사이에 새로운 조치를 강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긴축과 추가 긴축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중국의 주식시장은 하락세로 전환되는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의 주식시장은 급등세가 계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연초 이래 44%, 태국은 35% 뛰었다.
매튜스의 홀록스 CIO는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이 예상 이상으로 긴축을 실시했을 경우 주가는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조정은 평균 수준을 웃도는 10~20%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공격적인 긴축이 통화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흥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투기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행동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10월에 긴축에 나선 이후 달러는 강세로 변하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중국의 긴축은 리스크 고조와 동일시돼 리스크 회피 결과로 달러 강세를 초래하고 있다.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신흥국의 금리인상 예상이 정착되지 않는 한 안전 통화로서의 달러 매수를 계속 유발할 것이라는 견해가 팽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