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KP케미칼 합병 지지부진.. 몸집불리기 난항
호남석유화학이 인수합병(M&A) 딜레마에 빠졌다. 호남석화는 1등 석유화학기업을 위해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 타이탄을 인수한 데 이어 또 다른 M&A도 추진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작 계열사인 KP케미칼에 대한 합병이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남석화는 타이탄 인수합병에 이은 추가 M&A를 준비하고 있다. 정석범 호남석화 사장은 최근 두 번에 걸쳐“타이탄 급의 인수합병은 아니지만 추가적으로 1~2건의 인수합병을 준비하고 있다”며 추가 M&A 의지를 밝혔다.
호남석화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의 대형 석화업체인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해 기존 석유화학을 강화한 데 이어 탄소복합재 전문기업인 데크항공 인수로 고성장 기능성소재 사업부문을 강화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호남석화의 몸집불리기는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의 석유화학 사랑도 한 몫했다. 신 부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G20 비지니스 서밋 환영 리셉션이 열리기 전 기자들과 만나 “좋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M&A에 나설 것이고 석유화학 부문은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더욱 키울 생각”이라며 석유화학 부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신 부회장은 이날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인도와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해 추가 M&A를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호남석화는 이처럼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불리기에 가속도 있지만 정작 계열사 KP케미칼과의 합병은 또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호남석화는 지난해 실패한 KP케미칼과의 합병을 올해 재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 뛰어들고 말레이시아 대형 석화업체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KP케미칼 합병은 차순위가 됐다.
현재 24만원을 넘어선 높은 주가도 KP케미칼에 대한 합병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가 너무 높으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되사 줄 것을 요청하는 권리인‘주식매수청구’비용이 늘어난다. 이는 합병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지난해 호남석화와 케이피케미칼의 합병도 주식매수청구 비용이 너무 커서 무산된 바 있다.
호남석화 관계자는“합병에 대한 그룹 방침이 확고하다”며“한번 실패한 후 재추진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