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틀 전에는 같은 지역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5세의 중학생이 PC게임을 말리는 어머니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사건의 원인으로는 당연하다는 듯(?) 게임중독이 지목됐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게임이 주범은 아님이 드러난다. 이 학생의 일기장에는 게임중독에 대한 자책도 있었지만 집을 나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세상에 대한 원망의 글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학교생활도 힘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마디로 이 사건은 개인의 도덕성이나 의지가 아닌 환경 탓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똑같은 PC게임을 했더라도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단적인 반증이다.
사실 중독이란 말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흔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나타난 도박중독, 윤락중독, 약물중독 등이 바로 그것. 어쩌면 이는 시대의 아픔을 반영하는 마음의 병인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대책을 세운다고 중독 증상을 치유할 수는 없으며, 규제는 속도를 다소 지연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여성가족부는 최근‘심야시간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도입을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온라인게임 서비스 이용 시간을 제한하겠다는 것인데, 결과는 뻔해 보인다.
어떤 규제도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마음까지 치료해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게임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이웃이나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보다 따뜻한 포옹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