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양적완화로 버냉키 비난...옹호 세력도 등장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비난의 화살을 버냉키 의장에게 조준하기 전에 그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한다고 최근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5일 FOMC 이후 성명에서 ‘자산매입계획(asset-purchase program)’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전에도 ‘신용완화(credit easing)’라는 문구를 사용했을 뿐 ‘양적완화’라는 표현은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
버냉키 의장은 ‘신용완화’와 ‘양적완화’의 차이점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신용완화’는 연준 대차대조표의 왼쪽에 있는 자산에서 발생하지만 ‘양적완화’는 대차대조표의 오른쪽 즉 부채에서 발생한다.
양적완화란 각 은행이 연준에 맡긴 준비예금을 늘리는 것으로, 은행들은 이에 따라 충분한 대출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은행의 준비예금은 이미 필요한 양보다 1조달러나 초과하고 있어 준비예금을 늘려도 불황 극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버냉키 의장의 지론이다.
버냉키의 금융정책을 양적완화로 간주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버냉키가 의미없는 구분을 짓고 있다고 비아냥거린다.
이들은 “연준은 대차대조표의 어느 한쪽 만을 조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연준이 자산을 매입하면(신용완화) 은행의 준비예금이 증가하는(양적완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냉키는 신용완화는 “얼마나 살까가 아니라 무엇을 살까에 따라 구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준의 목적이 은행의 준비예금을 늘리는 것(양적완화)뿐이라면 금리가 이미 0.2% 아래로 떨어진 단기국채를 포함해 어떤 자산을 매입하든 관계없다.
그러나 연준이 주로 매입하는 것은 2~10년만기 국채가 대부분. 엄밀히 따지면 연준의 금융정책은 양적완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골드만삭스의 잔 햇지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승산없는 싸움이 계속되는 것도 진절머리가 난다”며 “6개월 전까지만 해도 골드만삭스는 양적완화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었다”고 말했다.
양적완화에 대한 정의와는 별도로, 과연 이것이 경기자극 효과가 있느냐 하는 점도 관건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연준의 장기국채 매입이 경기를 자극한다고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연준의 국채 매입은 자산가격을 끌어올리고 달러 하락을 초래해 인플레 기대감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실질 금리가 내려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버나드 대학의 페리 메일링 교수는 연준의 1차 자산 매입은 의미가 있었다고 말한다.
매입 대상을 주택 시장이 붕괴해 민간 수요가 부족한 자산담보부증권(MBS)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민간 수요는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연준의 이번 국채 매입이 극적인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메일링 교수는 연준의 정책에 대해 해설한 저서인 ‘새로운 롬바드가(The New Lombard Street)’를 조만간 출판할 예정이다.
롬바드가는 런던 시내에 있는 대로의 명칭으로 영란은행을 비롯한 각종 금융기관이 몰려 있다. 19세기에는 세계 금융의 중심부로 불렸다.
플로리다주의 사라소타에 있는 투자자문사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로버트 아이젠바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한 완화로 인한 연준의 피해를 우려했다.
그는 “미 재무부로부터 자본을 지원받지 않는 이상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질 것”이라면서도 “버냉키 의장의 목적은 미 경제를 지지하는 것이지 이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