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아파트 상승률 앞질러…
지난 2008년 10월부터 잠실 파크리오 106㎡ 전세집에 살고 있는 권주은(36·가명)씨는 최근 재계약을 포기하고 강남 재건축 아파틀 전세를 구하고 있다. 2년전 2억3000만원하던 전셋값이 4억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권씨는 “1억을 보태더라도 파크리오에서 더 작은 평수로 가야한다. 전세대출도 받아야 해서 월세를 내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며 “가격이 싼 인근의 재건축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다. 그나마 전세물건이 없어 구하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전세가격 상승세가 거침없다. 치솟은 전세가격으로 새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건축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학군 수요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 역시 재계약하려는 세입자들이 많아 전세물건 자체가 씨가 마르고 있다.
17일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지난 8월말부터 이달 12일까지 강남 4구 전셋값 변동률은 2.14%. 이 가운데 지은지 30년전후로 노후된 재건축 아파트의 전셋값 변동률은 2.59%를 기록했다.
이는 평균 가격 변동률 평균은 물론, 재건축 제외 아파트의 변동률(2.06%)를 훌쩍뛰어 넘는 오름세다. 이는 강남 4구에서 난방이나 주차, 녹물 등 거주생활이 일반 아파트에 비해 크게 불편한 재건축 아파트 전세에 실수요자들이 더 몰렸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강남 재건축 단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세물량이 씨가 마르고 있는 가운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실제로 같은 기간 강남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 주공1단지 53㎡ 전셋값은 1억500만원에서 1억2500만원으로 올랐다. 두달 정도 사이에 무려 2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서초구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 8월말 1억9000만원이 시세던 주공 1단지 72㎡은 현재 전세갓이 2억2000만원까지 뛰었다. 인근의 신반포 한신 3차도 같은 기간 4000만원 이상 전셋값이 올랐다. 이 아파트는 호가로 4억원 전세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전세를 얻으려는 세입자들은 넘쳐나고 있다. 입주 2년차 대규모 단지가 많은 송파구도 재건축 전세가격이 강세다. 장미1차 215㎡, 장미2차 129㎡ 같은 기간 4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3억1000만원에서 3억2500만원으로 뛰었다.
이혜련 부동산 114 연구원은 “강남권 재건축 전세가격이 일반아파트 전세가격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은 동일한 생활권임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사업진행단계에 따라 임대차기간이 짧아질 수 있고, 내부시설이 낡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계약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