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어보니 결국 '가격'

입력 2010-11-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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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격 요소 현대車 앞섰지만 가격 차 4000억

현대건설 인수전은 결국‘입찰가격’으로 승부가 갈렸다. 현대그룹은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과감한 배팅을 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비가격요소 등 주변조건에 자신한 나머지‘경제적 가격’에만 치중한 것이 패착이 됐다는 평가다.

당초 시장에선 현대건설 채권단이‘비가격적 요소’를 비중있게 평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자금조달 능력이나 향후 경영안정 능력에서 앞선 현대자동차그룹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채권은행들과 재무약정을 놓고 기싸움을 벌인 현대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염려섞인 시각도 현대차그룹을 유리하게 보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렀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 입찰 초기부터 평가 기준과 배점이 철저하게 비밀로 감춰졌지만 채권단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가격 부문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점한 현대그룹이 비가격 요소에서 앞선 현대차그룹을 박빙의 차로 앞섰다는 후문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비가격 요소도 챙겼지만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가격 차가 너무 컸다. 현대그룹이 본계약 이행에 문제가 없는 한 결과가 뒤바뀐다는 것은 생각 하지 않는다”고 말해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가격으로 5조5000억원을 써내 현대차그룹(5조1000억원)보다 4000억원 가량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비가격 요소는 예상대로 현대차그룹이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비가격 요소를 가격으로 환산했을 때 35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채권단의 설명이다.

특히 현대그룹이 절대 열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자금조달 능력 부문에서 의외로 선전하면서 승리를 굳혔다는 평가다. 실제로 7000억~8000억원 정도는 재무적 투자자로 들어온 동양종금증권의 힘을 빌렸다. 프랑스의 한 은행을 통해서도 1조2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은행은 잔액 증명서를 제출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도 “점수로 환산했을 때 1~2점이란 근소한 차이였다”며“현대그룹의 경우 외부조달 자금중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그룹과 달리 풋백옵션 같은 악성 대출이 없어 감점 요인이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채권단은 우선 23일까지 현대그룹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4~5주간 현대그룹에 의한 현대건설의 상세 실사가 진행되고, 이어 문제가 없을 경우 본계약이 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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