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발전된 기술보다는 필요성이 얼마나 큰 원동력이 되는지를 말해준다. 우리가 회사의 재무제표를 볼 때도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이번 연재는 일반적인 재무비율인 유동비율이나 성장성 관련된 비율에 대한 설명보다는 일반 투자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정보에 대하여 주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대부분 의미를 알겠지만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이 200%라는 말은 1년내 갚아야 하는 빚 보다 1년내 유동화 될 수 있는 자산이 2배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유동비율에도 함정이 있다. 바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다. 이 두 항목은 숨겨진 뒷면이 있다. 우리가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듯, 기업이 외상으로 물건을 판 경우 매출채권이 발생하는데, 당연히 매출액이 증가하는 기업은 매출채권이 증가한다. 즉, 매출채권 금액이 증가한 것이 호재일 수 있다.
문제는 매출채권이 증가했다는 말은 매출액이 늘었지만 기업에 들어오는 현금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즉, 내가 돈 들여서 제품을 생산해서 돈은 받지 않고 그 제품을 팔았기 때문에 장부상의 이익과 실제 현금흐름 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특히 결산기말이 가까이 오는 11월이나 12월에 매출액이 유난히 급증했다면, 팔리지 않은 물건을 관계사나 힘없는 거래처에 밀어내는 형식으로 매출액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이용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재고자산은 기업이 당기에 생산해서 팔지 못한 자산이다. 즉 이미 비용은 들어갔지만, 매출채권과는 달리 팔지도 못한 자산이므로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의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것은 적신호로 해석해도 좋다. 특히 기말 재고자산을 증가시키면 매출원가 줄어들어 이익이 증가하므로 분식회계에 이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자산들은 회전율(회전기간)을 살펴야 한다. 매출채권 회전기간은 매출 후 회사로 현금이 들어오는 기간이며, 재고자산 회전기간은 창고의 재고자산을 회전시키는 기간이다. 즉, 이 두 기간이 합해져서 기업에 현금이 들어오는 기간이 되는 것이다.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이 증가하더라도 회전기간이 길지 않으면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상태로 보면 된다.
재무상태표에서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 이외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이 대여금이다. 일반적으로 대여금은 영업에 따른 자산이 아니라 부실한 관계회사나 대표이사에 빌려주는 경우가 간혹있으므로 반드시 주석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부실한 관계회사에 대한 대여금은 회수가능성이 높지 않을 수 있으므로 해당 회사의 재무상태나 영업현황도 살펴보아야 한다.
손익계산서에서는 앞서 연재한 당기순이익이나 영업이익과 주가와의 관계파악도 중요하다. 또한 수익성을 파악하기 위한 영업이익률뿐 아니라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금융기관에서 차입을 하므로 대부분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아무리 매출액이 높고 영업이 잘되는 기업이라도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낮다면 모자라는 이자를 내기 위해 또 다른 차입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영업을 통하여 이자비용을 지급하고 원금도 갚아야 하므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크면 클수록 좋은 회사로 볼 수 있다.
재무제표 이외 회사가 공시하는 것 중 하나가 사업보고서이다. 앞으로의 회사 매출이나 손익을 보려면 사업보고서의 수주사항이나 생산 및 설비에 관한 사항 중 생산실적 및 가동률을 확인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매출이 계속 느는 회사의 가동률이 상승해 100%에 가깝다면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토지 매입이나 이를 위한 유상증자, 채권 발행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반대로 가동률이 점차 하락하면서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면, 현금이 있는 기업은 신사업 진출을 위해다른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 법인인 A사는 반기검토서상 공장 가동률이 22%로 전년 대비 약 40%포인트 감소했다. 매출액은 점점 줄어 계속 적자가 발생했고 생산직 직원 수는 7명에 불과했다. 사업의 한계에 도달한 A사는 다른 비상장업체에 팔려 반기보고서 공시 시점보다 4배 정도 주가가 올랐다. 모든 상장사는 매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며, 반기나 분기에도 사업보고서를 공시한다. 여기에는 회사와 관련된 많은 정보가 있고, 이를 잘 분석하면 애널리스트 보고서 이상의 귀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짧은 연재를 통해 얘기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꾸준히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기업을 보는 눈을 키운다면 어느새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리라 믿는다. 주식투자는 도박도 투기도 아닌 “투자”이며, 기업 관련 정보에 대한 분석은 합리적인 투자의 시작이다. 본 연재가 숲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다 주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