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M&A 결과 따라 우리 · 하나 경영진 '대이동'
금융업계에 ‘최고경영자(CEO) 인사태풍’이 상륙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마무리되면서 국내 금융계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금융당국 수장, 금융그룹 회장 및 은행장 등에 대한 연쇄 인사가 전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G20 정상회의가 끝난 현재 금융권 인사 태풍의 첫 기착지는 기업은행이다. 윤용로 행장의 임기가 다음달 20일로 끝나는 까닭에 이달 말 경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가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책은행장인 만큼 후임작업은 정부 개각과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때 윤 행장의 연임설도 나돌았지만 지주사 전환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현안을 챙기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사가 기업은행장을 맡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윤 행장이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관료조직으로 자리를 옮기고 차기 행장은 민영화를 본격 추진할 수 있는 내외부 인사가 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내부승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1961년 출범 이후 1996~1998년 김승경 행장이 내부 승진을 한 것이 유일하다.
문제는 G20 정상회의가 마무리된 만큼 각각 재임기간이 2년에 육박하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내년 3월까지가 임기인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이 바뀔 경우 기업은행장의 인사 방정식은 훨씬 복잡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11월말~12월 초 행추위가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동안 관행상 관(官) 출신에서 왔던 만큼 이번에도 금융위나 금감원쪽에서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6개월째 공석 상태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자리도 관심이다. 그동안 숱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속 금통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G20 이후 논공행상’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만큼 조속한 시일 내 마무리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내 공통된 시각이다.
시중은행도 금융권 인사 태풍의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다. 우선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 방향에 따라 윤곽이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정기 주총이 열리는 내년 6에 임기가 끝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우리금융 인수·합병(M&A) 결과에 크게 좌주될 전망이다. 우리금융과 합병을 노리는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 김종열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내년 3월까지 임기다.
우선 우리금융이 의도하는 대로 특정 지배주주 없이 지분을 몇몇 주주가 분산 소유하는 ‘과점 주주체제’방식의 민영화가 이뤄지면 우리금융의 지배력은 유지돼 이팔성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이 행장의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2차례 징계가 거취를 결정하는 핵심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나금융과의 대등 합병방식의 민영화라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예측하기 매우 힘들어진다.
이와 함께 최근 신한사태로 김승유 회장의 거취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금융지주사 CEO의 ‘장기집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김 회장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이)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CEO가 됐다”면서 “향후 거취를 결정하는데 상당부분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