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투자 ‘냉각’ 우려
정부가 뒤늦게 ‘금 통장 계좌’인 골드뱅킹을 파생상품으로 분류하고 소득에 대해 과세를 추진하자 은행들이 15일부터 골드뱅킹 신규가입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15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골드바 실물거래를 제외한 골드뱅킹 신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신규 가입이 중단되는 상품은 골드리슈 금적립과 골드리슈 골드테크, 키즈앤틴즈 금적립, 골드리슈 달러앤드골드테크, 골드패키지서비스, 유드림 골드모어, 골드기프트서비스 등 7개이다. 이는 정부의 명확한 과세 기준 확인과 원천 징수 준비, 고객 홍보 등을 위한 것이라고 은행측은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고객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고객 보호 차원에서 일시 가입 중단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KB골드투자통장 계좌 신규 업무를 이날부터 별도 안내 시점까지 잠정 중단키로 했다.
현재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곳은 신한은행(3600억원), 국민은행(283억원), 기업은행(171억원) 등 3곳으로 규모는 4054억원에 이른다.
이번 상품판매 중단문제는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뒤늦게 골드뱅킹관련 상품을 손실 가능성이 있는 ‘파생상품’으로 분류하면서 불거졌다.
금융위는 당시 은행법상 부수업무로 인가를 내주던 골드뱅킹을 자본시장법에 따른 파생결합증권(DLS)으로 재분류하고 취급 은행들에 골드뱅킹관련 업무 재인가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골드뱅킹(gold banking)은 시중은행이 금괴·금통장·금증서·금대출 등 금과 관련된 상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제도로, 2003년 7월에 도입됐다. 은행은 고객이 골드뱅킹에 넣는 돈을 토대로 금괴 등을 거래하면서 이익을 올린다.
고객은 투자금을 회수할 때 금 시세와 환율 등을 감안해 실물과 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고객이 실물로 찾아갈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돈으로 찾을 때는 시세와 환율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므로 정부는 골드뱅킹도 파생상품 성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골드뱅킹이 파생결합증권으로 분류되면 소득이 배당으로 간주돼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예규심사위원회를 열어 금 통장 계좌도 배당소득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재정부는 금 통장 계좌에서 2009년 1월1일 이후 발생한 소득으로 2009년 2월4일 이후 지급한 분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종합과세 대상자들은 발생 이익에 대해 최고 38.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관련 법령의 개정에 따른 것으로 소급해서 과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골드뱅킹은 파생상품으로 규정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골드뱅킹이 파생결합증권으로 분류되면 은행들은 모집 또는 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 자체를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관련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와 함께 정부에 자본시장법상 특례를 적용해 신고서 제출 의무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하고 아직 업무 재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 2월 시행령을 고칠 때 모든 것을 검토했어야 했음에도 골드뱅킹에 대해서는 과세를 검토하지 않았다가 자통법 시행 이후에 과세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며 “당장 골드뱅킹도 과세한다고 설명하면 대다수 고객은 반발하고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