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서민대출…부실관리 '무방비'

입력 2010-11-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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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론 벌써 1조1970억 풀려 ... 형식요건만 갖추면 대출 도덕적해이 우려

‘미소금융, 희망홀씨대출,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금융권이 저신용·저소득 서민들에게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서민금융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서민금융 상품은 대부업 등에서 30~40%의 고금리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형편의 서민들에게 10%대의 저금리로 사업운영자금이나 창업자금, 긴급생계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실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출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민가계 부채 증가와 금융사 부실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햇살론 등 부실 가능성 높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우려를 하는 것은 ‘햇살론’이다. 서민금융 상품의 대표격인 햇살론은 기준이 강화되기 이전인 상품출시 초기에 집중적으로 대출이 이뤄지면서 상당수가 향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햇살론을 취급하는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초기 햇살론 대출 시 일부 영업점에서 대출용도에 대해 형식상 요건만 갖추면 대부분 대출이 이뤄졌다”며 “이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뿐만 아니라 연체율이 높아져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출시 후 4주차까지 3420억원, 8주차까지 8705억원 등 대출이 급증했다. 햇살론은 10월 말 현재 약 3개월간 1조1970억원이 대출된 상태다. 대출금액 기준으로도 개인 신용 6~8등급 대출비중이 70% 내외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햇살론의 부실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는 “햇살론 생계자금 대출로 이뤄진 10만6150건 가운데 단 20건만 연체로 인해 지역신용보증기금에 사고로 통지됐다”며 “9월 말 현재 햇살론의 보증사고율은 0.00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상품 판매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0.007%의 연체율은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햇살론은 6~10등급의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상품이기 때문에 연체율이 다른 상품보다 높을 것이란 일반적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서민금융상품들도 사업 초기엔 낮은 연체율을 보였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연체율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다.

실제로 은행권에서 7등급 이하 저신용자나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희망홀씨대출도 지난해 9월 연체율이 0.83%였지만 1년도 안 돼 2.80%(올해 8월 말)로 급증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햇살론 판매 증가에 따른 리스크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접근성 어려운 서민금융…대부업 대출 증가= 이처럼 서민금융 상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은 대출이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대부업체를 찾는 발길이 더욱 늘었다.

우선 햇살론 등을 통해 이미 일부 자금을 빌렸을 경우 추가대출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서민금융 상품의 대출한도는 대부분 2000만원이다.

따라서 한도 내에서 자금을 대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필요한 만큼 빌린 후 급전이 필요해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추가대출을 원할 경우 이전 대출금을 갚은 후 가능토록 구조적으로 돼있어 서민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생활여건 등에 따라서는 한도 내에서 추가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현재로는 기존 대출을 갚고 다시 빌려야 하는 구조여서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민금융 상품 이용을 위한 신용조회만 해도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는 서민금융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의 대부분의 운영주체가 제2금융권이거나 기업체여서 자체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도입이 어려워 신용조회회사(CB)의 신용 등급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몇 번의 대출 거절을 받게되면 하향돼 버린다.

오히려 서민금융상품이 잇따라 출시됨에도 불구하고 대부업권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대부업 등록업체 수는 1만5380개로 지난해 12월의 1만4783개보다 597개(4.0%) 늘어났다.

대부업체 거래자 수와 대출규모도 10% 이상 늘어났다. 대부업체 거래자는 189만3535명으로 6개월 전(167만4437명)보다 21만9098명(13.1%) 증가했다. 대출금액도 6조815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5.3%인 9044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환대출이나 희망홀씨대출 등 서민금융 상품 혜택을 받더라도 몇 개월 뒤 돈이 떨어지면 대부업체를 다시 찾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정부 주도의 서민대출 상품을 늘리더라도 대부업체 대출도 같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햇살론뿐 아니라 미소금융 등 각종 서민금융 상품들이 나오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이 금리 역차별을 받는 등 시장 경제 논리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아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 등에서 20~30%대의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인 사람은 10~13%대 저리의 햇살론을 받을 수 있어 신용이 나쁜 사람이 더 낮은 금리의 적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 새희망홀씨 실효성 있나= 한편 8일부터 출시된 ‘새희망홀씨’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높다.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지원대상이 크게 확대됐지만 대출대상이 우량 신용등급으로 확대될 경우 대출이 1~4등급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경향은 이미 종전 희망홀씨대출 취급실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말 현재 16개 은행이 취급한 희망홀씨대출액은 2조997억원에 달한다. 이 중 40.6%인 8519억원이 신용등급 1~6등급인 고신용자에게 대출됐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신용평가사 상위 신용등급자 가운데서도 소득수준이 낮고 금융기관 실적이 미미해 은행자체 신용평가 결과 하위등급으로 판정되는 서민들이 많다”며 “다만 이들에 대해서는 소득기준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대출이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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