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에 엔화 강세를 기회로 해외투자를 적극 권하면서 당국의 엔고 저지 노력이 효과가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이 8일 엔고에는 유리한 면도 있다고 언급한 것과 앞서 간 나오토 총리도 6일 WSJ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일본 당국은 엔이 달러당 15년래 최고치까지 치솟자 지난 9월 15일 2조1250억엔(약 261억9000만달러)를 투입해 6년 6개월만에 환율 개입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엔화 강세는 꺾이지 않고 8일 뉴욕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81.14엔에 거래되며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노다 재무상과 간 총리가 ‘주식회사 일본’을 해외로 내모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다 재무상은 8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엔고의 장기화는 수출 산업에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해외 자산이나 해외 기업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유리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 강세가 해외 자산가치를 낮추는 만큼 해외 자산뿐 아니라 기업 인수에도 활발하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일본 기업에 의한 해외 기업 인수ㆍ합병(M&A) 규모는 281억달러로 이미 2009년 전체 수준인 276억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이 40억유로에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프로젝트금융 부문을 인수했고 2주 전에는 마루베이상사 산하 에너지 업체가 영국 BP에서 미국 멕시코만의 4개 원유ㆍ가스 광구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일본의 소매유통ㆍ음료ㆍ제약업계는 침체된 자국 시장에서 탈출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 역시 자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자극하고 있다. 여당은 지난달 5조1000억엔 규모의 경기부양책 가운데 일부를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를 지원하는데 할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산하 국제협력은행(JBIC)에 대해 외환자금특별회계를 통해 기업들에게 외환자금을 융자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