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손발 꽁꽁 묶여
- 대기업 “내년 사업계획 수립도 어려운데...”
주요 대기업들이 검찰·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당국들의 잇따른 조사에 초주검 상태다.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그룹 협력사인 유통업체 ㈜씨스페이시스를 압수수색하는 등 그룹 관련사에 대한 7번째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5일 확인돼 한화그룹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검찰은 한화그룹 외에 태광그룹, C&그룹 등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벌이는 한편 앞으로 2~3곳의 대기업을 추가로 수사할 것으로 알려져 재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은 ‘기업상생 절차 및 지원에 대한 기준안’과 내년도 세무조사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내년 매출 500억원 이상인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조사대상을 올해보다 130개 이상 늘어나는 등 중견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대폭 확대한다는 내용의 세무조사 계획을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매출 5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 전체 신고법인의 98.8%를 차지한다”며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가 줄어들 경우 세수확보 등을 위해 대기업에 대한 조사가 상대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세청은 또 기업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자본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루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집중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4일부터 시행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 절차·지원 등에 관한 기준’ 개정안에는 대기업 구매 담당 임원을 평가할 때 기업상생 실적을 중점적으로 반영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한다. 또 중소기업의 원가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기업이 원자재를 구입시 저가로 일괄구매해 협력사에 공급토록 개정했다.
민간기업의 인사를 비롯한 고유 경영행위에까지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M&A가 가장 효과적인 경영방법”이라며 “국세청이 M&A 기업을 예의주시한다고 한다면 M&A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합동조사반을 구성,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 철폐를 위해 강도 높은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재계는 ‘공정사회 건설과 동반성장 강화’라는 원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시행 방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는 부의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혐의 만을 두고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면 사실상 기업경영이 마비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정당국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한 채 관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를 반복하게되면 기업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기업의 다른 관계자는 “구매담당 임원의 평가기준을 동반성장과 연계토록 명문화하는 것이 시장경제체제에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법이라는 강제도구로 기업경영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에 이어 민간 기업에 까지 관치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 아닌 지 우려된다”며 최근의 정부 행태를 비판했다.